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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방문한 독립운동가 후손 고려인들 "역사 잊지 않은 고국에 감사합니다"

2015. 10.13. 00:00:00

홍범도 장군 외손녀 등 독립운동가의 후손 고려인들이 12일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을 찾아 고려인마을이 준비한 고향음식을 나눠먹던 중 태극기를 치켜들고 있다. 박재완 시민기자
할아버지 사진 품속에 안고 아리랑 불러

고려인마을서 우즈벡 이웃 사촌들 재회

"처음 찾은 광주에서 끈끈한 민족의 정을 느끼고 갑니다. 경제적 발전을 이룩하고도 독립운동에 몸바친 조상들의 역사를 잊지 않은 모습이 감격스럽습니다."

12일 오전 광주 서구 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

30여명의 고려인들이 모인 가운데 우리의 가락 '진도아리랑'이 울려퍼졌다.

곧이어 우즈베키스탄 공훈가수인 신갈리나(59·여)씨가 자신이 작곡한 '나의 조국 코리아'라는 노래를 힘차게 불렀다.

구성진 가락과 익숙한 노래 속에서 백발이 성성한 고려인들은 하나 둘씩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떨궜다.

우즈베키스탄 국민들도 받기 힘든 '공훈가수' 칭호를 받은 신씨는 "젊은 고려인 청년들이 우리말과 우리 역사를 잊어가는 것이 아쉬워 우리말 노래를 부르고 한국어 강좌를 운영해왔다"며 "오늘 이곳에서 노래를 부르게 된 것이 영광이다"고 울먹이며 끝내 노래를 끝마치지 못했다.

이들은 고려인 동포 지원단체인 사단법인 고려인돕기운동본부와 고려인문화농업교류협력회의 초청으로 지난 11일 한국을 찾은 독립투사후예 고려인동포들이다.

여기엔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에 참여한 홍범도 장군의 외손녀 김알라(73)씨, 의병활동에 참여하고 항일운동을 기록한 이인섭 선생의 딸 이 슬로보드치코바 스베틀라나(67)씨와 그의 외손자 슬로보드치코바 세르게이씨, 대한민국임시정부 교통차장 과 교통총장 대리를 맡은 김규면 장군의 고손녀 박안나(20)씨 등이 함께했다.

우즈베키스탄의 공훈가수 신갈리나씨도 이들과 함께 고국을 찾았다.

이날은 광주시교육청이 마련하고 장휘국 교육감이 참석한 환영회에 참여해 처음 광주를 방문한 반가움을 전했다.

모스크바에서 온 이 스베틀라나씨는 "광주의 환영에 감사하며 러시아의 고려인들은 한국의 발전과 성공에 관심이 많다"며 "특히 대한 독립을 위해 싸운 우리 부모들의 역사를 간직해준 것에 한없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우수리스크 고려인 정착촌 '우정마을'에서 온 김알라씨는 "할아버지인 홍범도 장군은 내가 1살때 돌아가셨지만 셋째딸인 내 어머니가 늘 이야기해주셔서 알고 있다"며 "할아버지는 돌아가시면서 '평생 일본놈들 손에 안잡히고 제명에 죽어 좋다'고 말하고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늘 한국의 밥과 김치를 먹고 싶었는데 이번 일정에서 그리운 한국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반겨했다.

홍범도 장군은 만주 일대에서 독립운동을 펼치다 소련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카자흐스탄으로 이주돼 그곳에서 극장 수위와 정미소 일을 하다 광복을 2년 앞두고 운명했다.

지난해부터 서울의 한 대학교 어학당에 다니는 박안나씨는 "고조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들어왔고 한국 가요와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아 한국행을 결심했다"며 "한국에 막 도착했을땐 한국말을 할 줄 몰랐지만 열정으로 기역니은부터 배웠다"고 말했다.

박씨는 러시아 모스크바를 떠나면서 고조할아버지 김규면 장군의 사진과 가족들의 어린 시절 사진을 담아왔고 이날도 노래를 함께 부르며 선조의 역사를 잊지 않았다.

이들은 오후 2시께는 고려인들이 모여 사는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을 방문했다.

마을 사람들은 먼 중앙아시아와 러시아에서 찾아온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고려인 음식을 준비했다.

한창 잔치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는 중에 우즈베키스탄에서 그리운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이웃사촌들이 재회하고 얼싸안았다.

"이게 누구야, 갈리나 아니야."

신갈리나씨를 만난 고려인마을 신조야(60·여) 대표의 얼굴에선 반가운 표정이 가득했다.

신갈리나씨와 신조야 대표는 우즈베키스탄에서 20대 젊은 시절을 보낼 때부터 잘 알던 사이다.

특히 젊어서부터 노래를 곧잘 했던 신갈리나씨는 고려인들 사회에서 결혼식이나 행사가 있을 때마다 우리말로 된 노래를 불러왔다.

신 대표는 "갈리나는 내 큰오빠의 결혼식에서 노래를 불러줬고 내가 한국에 온 뒤로도 서로 몇번을 만날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며 "최근 10년간은 서로 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니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는 18일 광주 고려인의 날 행사가 진행되는데 갈리나가 이 행사에 참여해 노래를 불러주길 부탁했다"며 "꼭 고려인의 날에도 갈리나를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고려인마을을 방문한 고려인들은 이어 담양대나무박람회장을 들러 남도의 정취를 감상하고 13일 천안독립기념관, 안중근 의사 기념관 잇따라 방문한 뒤 서울나들이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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