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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인으로 돌아온 두 시인의 세상 나들이

2018. 02.08. 00:00:00

마음의 눈으로 파고든 내면

손광은 시인 '나의 반란' 출간

오랫 동안 대학에서 후학들을 길러내며 시작활동을 펼쳤던 두 시인이 강단을 떠나 자연인의 시선에서 써낸 시편들을 담아낸 시집을 펴냈다.

평생 시를 써 온 시인들의 신작 시집에는 삶과 자연, 문학에 대한 경륜과 관록, 여유가 묻어난다.

손광은 전남대 명예교수와 허형만 목포대 명예교수가 최근 나란히 신작시집을 출간했다.



"시는 반항과 저항의 산물입니다. 불의와 부조리에 대한 저항의 정신으로 써낸 시편들을 담았습니다."

향토적 정서와 토속적 가락을 지켜온 소리의 '서정시인' 손광은(전남대 명예교수)씨가 제8시집 '나의 반란'(한림刊)을 상재했다.

그는 이번 시집에서 삶의 진실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확인하며 마음을 통해 바라본 내면을 들춰낸 시편들을 담아냈다.

그의 시에는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삶을 긍정하고 예찬하려는 숭고한 정신과 그 정신을 바탕으로 한 창작의 기저 위에 열린 마음이 들어 있다.

그래서 그의 시는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강조되고 있는 사회적 사실주의의 현실에 담긴 협소하고 폐쇄적 의미의 부정이 드러난다.

시인은 이를 통해 인간과 우주의 합일을 추구한다.

그는 시인의 궁극적 목적은 인간이 자연과 합일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을 때에만 삶의 황홀을 느낄 수 있음을 깨우치는 데 있다고 역설한다.

"이 곳 역사의 현장에서/ 조국이 나를 불렀노라// 나는 민족 민주/ 자유를 위해 싸웠노라/ 우리들의 마지막은/ 정의를 위해 죽었노라/ 불타듯 엉겨 가면서/ 어우러진 피를 뿌려/ 민주재단에 바쳤노라// 어제 오늘의 5·18…/ 그 날 그 뜻으로 열정으로 껴안아/ 저항으로 영원하리니……/영원히 젊은 넋들이여/ 총칼 앞에 무참히 떨어져버린/ 넋들이여/ 자유, 민주, 정의의 꽃으로/ 다시 활짝 피어나라"('영원히 젊은 넋들이여'- 5·18 민주화운동기념 헌시)

이처럼 손 시인은 시를 통해 누구나 갈망하는 삶과 현실의 상상적 창조와 그 꿈의 실현 가능성의 확장으로 삶과 역사를 노래한다.

손광은 시인은 "시는 민주주의를 위하여 부패를 찌르는 창이며 정의를 부축이는 기둥이기 때문에 어쩌면 내 마음은 자유를 울부짖는 너울성 파도"라며 "서정이기 보다는 마음의 눈으로 보고 내면세계를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손광은 시인은 보성 출생으로 지난 1962년 '현대문학'시에 '제3광장' 등으로 등단한 뒤 꾸준한 활동을 보여온 지역 대표 원로시인이다.

작품집으로는 제1시집 '파도의 말', '고향 앞에 서서', '그림자의 빛깔' 등이 있다.





겸허한 귀로 듣는 순수 서정

허형만 시인 '황홀' 출간





허형만 시인(목포대 명예교수)은 우리 서정시의 적자라 불린다.

그는 삶을 대하는 진솔한 시선과 우리말로 서정시를 발표해 왔다.

허형만 시인이 신작 시집 '황홀'(민음사 刊)을 내놓았다.

시집에 수록된 77편의 서정시에는 삶이 주는 기쁨과 경이로움, 불현듯 찾아오는 쓸쓸함과 비애가 겸허한 시선으로 담겨 있다.

그는 치장하지 않고 왜곡하지 않는 삶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시의 용광로에서 달군 순수한 낱말들을 끄집어냈다.

'그리매' '명지바람' '어둑새벽' 같은 우리말들이 환기시키는 정서는 귀하다 못해 애처롭다.

시인은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처럼 '황홀'에 그가 아니고서는 느낄 수없는 말들을 가득 채웠다.

이번 시집에서는 시인의 산문과도 만날 수 있다.

지난 73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45년간 시 쓰기를 멈추지 않은 시인은 책 끝머리에서 문학과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황홀'은 작품론에서부터 창작론까지 허형만 시인 그 자체를 상징하는 기념비적인 시집으로 평가된다.

"미얀마에서는 파고다에 들어설 때마다/ 신발을 벗어야 한다/ 미얀마에서는 부처님 앞에서/ 맨발이어야 한다/ 맨발처럼 가장 낮은 마음이 세상에 또 있을까// 지상의 고독, 지상의 슬픔도/ 모두 맨발보다 더 위에 떠도는 것/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공처럼 구부려야/ 따가운 지상과 입 맞추는 맨발이 보이느니/ 맨발은 자신이 지상에서/ 가장 겸손한 존재임을 안다"('맨발'에서)



그는 이번 시집에서 우리나라의 자연을 향토적인 서정으로 노래하고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쓴 시들을 한데 모았다.

그는 티베트와 미얀마, 중국과 일본, 미국 대륙을 넘나들며 이국적인 풍경에서 자신만의 서정을 펼쳐낸다.

미얀마의 파고다에서 신발을 벗고 맨발로 들어서는 것을 보며 '맨발처럼 낮은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천년의 역사를 지닌 채 무너져내리는 쉐 인 테인 유적지를 보며 고독함과 적막을 그려낸다.

이처럼 그의 시는 일상에서 시작해 일상에서 끝난다.

일상에서 시를 발견하고, 다시 시를 통해 삶을 깨닫는 선순환은 정제된 서정시의 미학이다.

허형만 시인은 "시인이 다루는 언어는 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생명체"라며 "선천적인 태생이 촌놈이라서 있는 그대로 언어 그 본질 자체를 시의 용광로에서 달구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45년 순천에서 태어나 시집 '청명' '비 잠시 그친 뒤' '그늘이라는 말' 등 총 16권의 시집을 냈고 한국시문학상, 영랑문학상, 펜문학상 등을 받았다.

최민석기자 backdoor2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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