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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의 시각- 왜 아무도 단식투쟁 하지 않는가

2018. 12.21. 00:00:00

주현정 차장(통합뉴스룸 기획팀장)
올해로 72살의 그가 차디찬 대리석 바닥 위 간이 야전침대에 몸을 뉘였다. 마스크와 장갑, 담요로 몸을 감싸기는 했지만 일흔이 넘은 노장이 감당하기엔 열악한 환경. 찬기 탓인지 얼굴은 퉁퉁 붓고 기력은 점점 떨어져 갔다. 그런 그를 혼자 둘 수 없다며 동참한 이들도 늘어났다. 그렇게 열흘. 그는 마침내 원하던 것을 이끌어냈다. 참으로 대단한 신념의 승리가 아닐 수 없다.
호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의원들이 다수 포진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이야기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관철'이라는 목표를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향해 비장의 무기를 꺼내들었던 그는 '여야 5당 논의'라는 성과를 이끌어 낸 일등공신의 역할을 해 내고야 말았다. '단식'이 '먹히는 카드'임을 증명한 셈이다.
곡기를 끊었던 건 손 대표뿐만이 아니었다.
광주·전남지역 제1당인 민주평화당, 호남에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정의당 역시 농성에 합류해 원내 1, 2당을 향해 선거구제 개편 논의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그것도 '의원 수 증대를 기반으로 한' 개편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렇게 해야 거대 양당만의 밀실 합의에 의한 정치 구조도 바뀌고, 의원 수가 늘어나는 만큼 국회의원의 권한도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국민 누가 봐도 금배지들의 '밥그릇'이 걸린 사안처럼 보이건만 기어코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참 아이러니 하다.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정치인들이 왜 정작 청년들의 밥그릇엔 관심을 보이지 않는걸까.
먹고 살거리를 찾아 험난한 상경길에 올라야 했던 광주와 전남 청년들에게 이제는 지역에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기회가 될 '광주형 일자리'에는 왜 침묵하고 있는 걸까.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며 목이 터져라 외쳐대던 정치인들은 다 어디 갔을까.
좁혀지기 쉽지 않을 당사자 간 이해관계를 조정해 사업을 실현시키는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도 아쉬울 판에 성공을 촉구하는 목소리조차 내는 국회의원들이 없다. 그 흔한 성명서 하나 내놓는 의원도 없다.
그나마 광주시와의 정책협의회 자리에서 성공 촉구 목소리를 낸 여당의원이 있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중앙 무대가 아니었던 탓에 주목 받지 못했다.
자신들의 밥그릇이 달린 일에는 단식투쟁까지 벌이며 관철시키려 애쓰는 이들이 정작 국민들의 밥그릇과 관련된 일에는 먼 발치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형국이다.
2020년 4월, 21대 총선까지 불과 14개월.
호남의 유권자들은 지역 청년들의 밥그릇이 달린 문제에 수수방관했던 금배지들의 무책임을 잊지 않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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