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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구곡순담 할담비’

2019. 04.05. 00:00:00

‘구곡순담’은 장수의 고장으로 알려진 구례·곡성·순창·담양의 앞글자를 딴 용어다. 서울대 박상철 교수가 100세 이상 노인(센티네리언·centenarian)이 많은 이들 지역을 연구하면서 ‘장수벨트’라 이름 붙였다.
박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이들 지역 어르신들은 낙천적이며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자존감도 높다. 자존감은 자신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구곡순담 장수 노인들은 생활이 넉넉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자존감이 높았다.
우리나라 100세 이상 인구는 2017년 말로 3천여명이다. 의학 발달 수준을 감안할 때 현재 60세인 사람의 기대여명은 평균 90세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오래 사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졌다.
늙음의 개념이 달라졌다. ‘늙은(old)’이라는 표현보다 ‘나이든(aged)’이라는 표현을 더 좋아하게 됐다. 나이들어서도 일하고 싶은 욕망을 반영해 ‘생산적 노화’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고령화를 비생산적으로 보지 않고 생산적으로 보자는 사회 분위기다.
우리 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나라에서는 고령화를 생산적으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고령자의 경륜을 사회 참여로 연결해 사회에 공헌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고령자의 재능, 경험이나 능력을 사장시키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도 손해라는 판단에서다. 불행히도 우리는 늘어나는 수명에 비해 노인들의 자존감은 그리 높지 못하다. OECD 국가 가운데 노인 빈곤율 최고인 나라여서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다.
최근 유튜브상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지병수(77)할아버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전국노래 자랑에서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손담비의 ‘미쳤어’를 불러 큰 웃음을 주었다. ‘할담비(할아버지+손담비)’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노래는 즐거울지 몰라도 그의 삶은 전혀 즐겁지 않은 사람이다. 젊어서 집을 사기당하고 월세 50만원짜리 기초수급자다. 삶은 팍팍하지만 내색하지는 않는다. 그런 자존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지만 센티네리언 시대의 할담비급 자존감이라 할만 하다.
나윤수 칼럼니스트 nys2510857@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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