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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수첩왕자와 수첩공주

2019. 04.11. 00:00:00

지난 4일부터 강풍을 타고 강원 고성·속초 일대를 할퀸 화마에 전국민이 발을 동동 굴리며 큰 걱정을 했었다. 화재로 잿더미가 된 산림 면적은 530㏊이다. 안타깝게도 사망 1명 등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그럼에도 이번 산불은 정부의 총력 대응으로 과거 산불에 비해 조기 진화됐다. 완진에 13시간이 걸렸다. 14년 전 같은기간에 발생한 양양 낙산사 화재와 비교할 때 19시간이나 완진 시간을 단축했다. 5배가 넘는 소방차량과 인력 투입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사이렌을 울리며 강원도로 향하던 소방차 행렬과 확 달라진 이재민 대피소 모습이 TV로 전해지면서 국가의 재난 대응이 달라졌다는 평가도 쏟아졌다.
그런 과정에서 특히 주목받은 사람이 있었다. 이낙연 국무총리이다. 매뉴얼과 현장을 중시하는 이 총리가 산불 진화작업 과정에서 속도감 있게 총력 대응을 하고, 그의 손에 들린 정부 대책을 깨알글씨로 빼곡히 메모한 수첩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시선이 쏠렸다.
수첩에는 산불 피해 상황과 투입된 장비·인력, 해야할 일 등을 꼼꼼하게 적어 놓았다. 사인펜으로 쓴 글은 밑에서 불러준 내용이 아닌 상황에 따라, 생각이 떠오르는 즉시 보태거나 뺀듯한 흔적이 역력했다.
이 총리의 메모 습관은 유명하다. 기자 출신인 이 총리는 30년 넘게 뒷주머니에 수첩을 넣고 다녀 엉덩이 균형이 무너져 허리가 아플 정도다. 수첩은 넘기기 편한 스프링이 달린 '기자수첩'을 선호한다.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를 돌아다니거나 전남도백 시절 민생현장을 누빌 때도 항상 수첩은 그의 오른쪽 뒷주머니에 꽂혀 있었다. 그는 두 달에 한 권꼴로 수첩을 사용한다. 이번에 공개된 수첩은 과거 몸 담았던 언론사의 기자수첩이었는데, 과거 도지사 시절에는 농민신문 기자수첩이나 전남도 주부명예기자단 수첩도 사용했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전 정권 땐 수첩공주라고 비판하더니 수첩왕자는 괜찮은가"라고 트집을 잡고, 자유한국당 정미경 최고위원은 "자화자찬"이라며 불편함을 드러냈지만, 이 총리의 '깨알 수첩'은 국민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수첩공주'라는 아름다운 별명을 얻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첩과 이 총리의 '깨알 수첩'이 오버랩되는 이유는 뭘까. 류성훈 정치부장 rsh@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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