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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5년전-5년후' 그 닮은꼴들

2019. 04.24. 00:00:00

벌써 5년. 그렇게 무심한 세월은 흘렀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늘 그랬듯 묻힐 줄 알았다. 잊지 말자는 수많은 절규 섞인 외침에도 서서히 잊혀질 줄 알았다. 사실 어떤 이들은 잊고 싶었을 수도 있었겠다. 너무 힘들어서, 생각만하면 저리고 아파서. 그래도 잊을 수 없었던 건 잊혀지지 않아서였고, 잊어서는 안돼서였다.
5년 전 그날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탑승객은 476명이었다. 304명이 돌아오지 못했고 9명은 시신조차 수습할 수 없었다. 대부분 제주도 수행여행길에 나섰던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었다.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을 철석같이 믿었다. 그 어른들이 '자기만 살겠다'며 배를 버리고 떠나는 순간에도 그랬다.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고 했고 무섭다고도 했다. 그 아이들의 마지막이었다. 5년, 짧지 않은 시간, 두 눈 뜬 채 어둡고 차가운 물속으로 사라져가는 그 아이들을 지켜봐야 했던 이들에게 세월호는 트라우마였고 부채의식이었다. 잊으려 하면 할수록 세월호가 머리가 아닌 가슴에 또렷이 각인되는 까닭이었다.
그리고 5년 후 그날, 또 다른 어른들이 세월호 아이들을 다시 한번 어두운 바닷속으로 밀어넣었다. 차명진 자유한국당 전 의원이 그랬고,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그랬다. 차 전 의원은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처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며 유가족들에게 막말을 퍼부었다. 정 의원도 가세했다.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 죽은 애들이 불쌍하면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이제 징글징글해요." 더욱 가관은 같은당의 나경원 원내대표였다. "유가족에 아픔 드렸다면"이라는 무책임한 태도로 공분을 사기도 했다.
정말 닮았다. 5년 전 세월호 선원들과 5년 후 자유한국당 전·현 의원들이 그렇다. 뉘우침조차 똑같다. 이 닮은꼴들로 인해 5년의 세월이 흐른 그날, 304명의 영혼들은 또다시 제2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가 됐다.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어른들이 여전히 넘쳐난다. 참 징글징글하다.
윤승한 사회부장 shyoon@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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