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낡아도 좋을 사랑 찾아 마음의 거처로~

2019. 09.10. 18:09:19

새벽에 너무 어두워/밥솥을 열어봅니다/하얀 별들이 밥이 되어/으스러져라 껴안고 있습니다/별이 쌀이 될 때까지/쌀이 밥이 될 때까지 살아야 합니다.//그런 사랑 무르익고 있습니다.(김승희 ‘새벽밥’전문)

추석 명절이다.
숨가빴던 여름도 한반도를 집어 삼킬 듯 하던 태풍도 지나갔다. 태풍이 할퀴고 간 상처 보듬고 가을 가득한 보름달 맞을 일만 남았다.
‘추석이 되면//돌아간 사람들을 그리워한다’던 시인 천상병의 마음이 아니더라도 창창한 만월이 가을 한 가운데 들어서면 그리움은 더욱 짙어진다. 그리워할 누구, 마음의 거처가 있는 당신 이 가을보다 풍성하다.
시인 김수영의 한탄처럼 위대한 것을 바란 것도 아닌데 ‘유순한 가족들이 모여서/죄 없는 말을 주고받는/좁아도 좋고 넓어도 좋은 방안’ 풍경, 위태하다.
취직이나 결혼, 승진 등 저마다의 사연만으로도 전쟁 같은 이 고개 가파르다.
청년들은 결혼은커녕 일자리가 없어 꿈과 미래를 저당 잡힌 채 아르바이트를 전전한다. 힘없는 부모들 무엇도 해줄 수 없어 가슴 저린다.
정치인이라는 일꾼들 이전투구, 이들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청년들의 신음소리가 나든 말든 나라를 결딴내서라도 유리한 고지를 쟁취하겠다고 덤빈다. 정의는 갈 곳이 없다. 39주기에야 국가가 진상 규명하겠다던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야당의 훼방에 출범도 못했다. 진상규명 신청 기한은 이번 추석(13일) 종료된다.
그 불행 영속하진 못한다. 슬픈 엄마들, 멀리 타국에서 시집온 아주머니와 아이들 손 부여잡는다. 일제 강점기 이국으로 떠났다 돌아온 이들에게 따뜻한 마음 한 자락 내준다. 추석을 맞아 국제결혼한 이주여성 공동체와 고려인마을이 이웃들로 부산하다.
남도의 한 가위는 그렇게 가을 하늘 가득 울려퍼진다.
자칫, 계산에만 빠진 일꾼들에 흔들리고 속상했던 마음에 온기가 스며든다.
이 황량한 세상의 찬밥인 나, ‘그대의 저녁 밥상 위에//김 나는 뜨끈한 국밥이 되고 싶’은 세상. 누군가의 한가위 품이고 누군가의 마음의 거처다.
조덕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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