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5.18
“조비오 신부 곁에서 헬기 사격 봤다”
천주교 신도, 39년 만에 첫 진술
“도망자 낙인… 5·18 잊고 싶었다”
“신부님 보호하려 내 존재 못 밝혀”
시민군 상황실장·대학생도 증언
입력 : 2019. 10. 07(월) 19:40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7일 광주지법에서 회고록을 통해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전두환씨에 대한 형사재판이 열렸다. 1980년 5월 조 신부와 함께 헬기 사격을 목격한 평신도 이모씨가 재판 증언을 마치고 법원 밖으로 향하고 있다. 2019.10.07. sdhdream@newsis.com
“헬기 프로펠러 소리와 기관총 소리가 들리더니 곧바로 조비오 신부님이 부르시더라구요. 고개를 돌려보니 헬기가 광주천을 향해 총을 쏘고 있었습니다.”

5·18민주화운동(이하 5·18) 당시 고(故)조비오 신부와 함께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목격한 천주교 신도가 39년만에 처음으로 법정에서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그는 조 신부의 헬기 사격 증언을 거짓말이라고 비판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전두환씨의 형사재판에 서 “분명히 헬기 사격을 봤다”고 강조했다.

그는 첫 자녀 출산 때문에 5·18 기간에 광주를 떠났다가 배신자로 낙인이 찍혀 “5·18을 잊고 싶었다”며 39년 동안 입을 닫고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7일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사건 재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 천주교 신도인 이모(72)씨와 ‘시민군 상황실장’ 박남선(65)씨, 항쟁 마지막 날까지 옛 전남도청에 남았던 김모(60)씨 등 3명이 증언했다.

이씨는 5·18 당시 호남동 성당 사도회 총무로 활동하며 1980년 5월 21일 오후 1시께 호남동 성당에서 조 신부와 함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그날 6∼7명의 신부님들이 성당에 모였다가 떠났고 조 신부님은 정오가 넘어서 오셨다. 제가 ‘전두환은 물러가라’는 플래카드를 써서 글씨가 말랐는지 보고 있는데 갑자기 ‘탕탕탕탕’ 소리가 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신부님이 ‘보스코 총무, 이리 와보소’라고 해서 정문 쪽으로 가니 불로동 다리 쯤에서 공원을 향해 헬기가 떠 있었다. 하천에서 ‘탕탕탕탕’소리가 두 번 나면서 총구에서 나오는 불빛도 봤다”고 밝혔다.

이씨는 조 신부와 같은 장소에서 함께 헬기 사격을 목격한 유일한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신부는 1989년 방송에 출연해 처음으로 헬기 사격 목격을 증언하고 같은 해 열린 국회 광주 진상조사특위, 1995년 검찰 조사에서도 같은 증언을 했으나 ‘함께 목격한 사람이 있다’는 부분은 밝히지 않았다.

이씨는 “5·18 당시 집사람이 첫 아이 출산을 위해 서울에 가 있어 25일께 걸어서 담양까지 간 후 남원을 거쳐 대구에서 서울로 갔다”며 “이 때문에 ‘도망자’라는 낙인이 찍혀 상처를 받았고, ‘5·18을 잊고 싶다’는 심정을 신부님께 말씀 드린 적 있다. 이런 상황을 알고 나를 보호하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와 김씨는 1980년 5월 27일 옛 전남도청 인근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박씨는 “27일 새벽 4시께 계엄군 진압에 맞서 시민군을 경계 배치하는 과정에서 전일 빌딩 맞은 편에 떠 있는 헬기의 기총 소사 장면을 목격했다‘며 ”헬기는 도청 앞에서 전일빌딩 높이에 있었다. 빌딩을 향해 헬기가 사격하자 ‘드르르륵’ 소리가 나고 불빛이 보였다. 헬기 사격 후 5∼10분이 지나자 공수부대가 도청을 공격했다”고 말했다.

5·18 당시 대학생이었던 김씨는 시민군의 총기를 회수하다 26일 도청에 집결했다. 김씨는 “27일 새벽 4시께 군인이 헬기에서 줄을 타고 내려오면서 유리창이 다 깨졌고 헬기에서도 총을 쐈다”며 “도청 후문 쪽에서 나와 함께 경계 중이던 친구가 날아온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 항복하라고 할 줄 알았는데 우리를 향해 총을 쐈다”고 진술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1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5·18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한 5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어질 예정이다.



선정태기자 wordflow@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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