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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와 한전공대, 퍼스트 펭귄의 길
박성수 광주전남연구원장
입력 : 2019. 10. 09(수) 12:34
최근 몇몇 지인들과 충남 서천에 있는 국립생태원을 다녀왔다.

‘통섭’의 개념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한 세계적인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라고 하면 더러는 잘 아실 것이다. 이 분이 초대원장으로서 일하면서 혼신을 다해 만든 곳이기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었 던 터였는데 이 번에 그 뜻을 이룬 셈이다.

이 날 생태원에서 단연 인기를 끌었던 동물은 다름 아닌 남극의 펭귄이었다. 뒤뚱거리면서 걷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며 필자는 ‘퍼스트 펭귄’을 생각해 보았다. 우리 광주와 전남이 밝은 미래를 위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모습이 흡사 퍼스트 펭귄을 닮은듯 해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이는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의 컴퓨터공학과 교수인 랜디 포시의 책, 마지막 강의를 통해 잘 알려진 단어다. 무리 중에서 처음으로 바다에 뛰어 든 용기 있는 펭귄을 지칭하는 퍼스트 펭귄은 뒤 따라 뛰어 드는 펭귄들로 하여금 자신감을 갖도록 해주는 선도자인 셈이다. 바다표범이나 범고래 같은 천적도 아랑곳 하지 않고 먹잇감을 구하기 위해 과감히 도전하는 퍼스트 펭귄이기에 최근 광주와 전남의 명운이 걸린 광주형 일자리 와 한전공대사업을 아우르는 두 수장 이야말로 퍼스트 펭귄의 길을 가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 말이다. 요즈음 안타깝게도 발목 잡는 일들이 생겨나고 있어 더 없이 마음이 착잡해 진다. 최근 일부 정치권에서 한전공대 설립을 반대하는 취지로 한국전력공사법과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글로벌 에너지 허브의 세계 유일 연구대학으로 발돋움하기를 바라는 시도민의 간절한 염원을 외면하고 더 나아가 해묵은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처사라는 점에서 심히 불편하다. 한전공대 설립은 대통령 공약사업이자 국가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남도의 공동현안사업임을 감안할 때 이들 법안은 조속히 철회돼야 한다.

지난 날 우리는 언제라고 다른 지역의 대학 설립을 두고 훼방 놓는 일이 있었던가.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다. 광주와 전남의 상생 작품인 한전공대의 성공은 남도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필히 이루어야 할 절대 절명의 과제이다. 얼마 전 있었던 광주시 확대간부회의에서도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 전폭적으로 한전공대 설립을 지원하자는 논의가 있었음은 고무적이라고 하겠다.

광주형 일자리 또한 마찬가지이다. 노사 상생의 산물인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여타지역의 이름을 딴 일자리사업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들 사업은 어떻게 보면 무늬만 ㅇㅇ 형 일자리인 셈이다. 왜냐 하면 광주형 일자리와는 다르게 투자기업의 절대적인 참여로 손쉽게 만들어지는 일자리라는 점에서 우선은 보여 주기 식 사업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상생형, 다른 지역 일자리는 투자촉진형 으로 보면 될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설립된 (주)광주 글로벌 모터스는 논의를 시작한지 5년 만에 가까스로 성사된 노작이자 역작이다. 그러기에 무엇보다 차질 없이 완공되어야 할 중차대한 프로젝트이다. 노사관계가 독일이나 일본처럼 안정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노사가 함께 만들어 가는 광주형 일자리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사례인 만큼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풀어 가야 하는 획기적인 과제이다.

우리나라 기업에서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노동이사제의 경우, 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라 논의과정에서 먼저 인내를 통한 상호신뢰가 절실히 필요하다 하겠다. 성급한 기대가 앞서다 보니 실제보다 앞서 가는 사안들로 발목을 잡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는 지난 노사민정 회의 과정에서 부단히 대화하며 참아 주는 덕분에 설립등기를 마칠 수 있었던 경험을 소중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그만큼 불확실성이 크고, 그러다 보니 걱정과 불안이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 지금처럼 역지사지로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지혜가 요구되는 때가 또 있을까. 퍼스트 펭귄이 자신감을 갖고 물에 뛰어 들 수 있도록 응원해 주는 미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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