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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의 시각] 사랑하는 이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공포감

입력 2021.07.29. 18:10

지난 5월 말, 주말 저녁 시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확진자와 식사를 해 밀접 접촉자로 분류됐다는 전화였다.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함께 식사를 했던 상대 측 직원이 무증상자였던 것이다. 무증상이었던 터라 검사가 늦어졌고 밀접접촉 분류 통보도 확진자와 접촉한지 6일만에서야 이뤄졌다.

문득 일주일간의 기억이 머리를 스쳤다. 가장 우려스러웠던 기억은 이제 40개월이 된 아이와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놀고 뽀뽀했던 것이었다. 전화를 받은 순간부터 마스크를 챙겨썼다. 저녁에 전화를 받아 당장 검사를 받을 수도 없었다. 불안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닐거야' 하면서도 '확진이면 어쩌지'하는 불안감이 내내 떨쳐지지 않았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로는 외출다운 외출을 한 적도 없건만 이런 일이 일어나니 억울하기도 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검사를 받고 결과를 받기까지의 10시간이 영겁과 같았다. 함께 간담회에 참석했던 다른 기자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공포감이 극에 달해 눈물이 나기도 했다. 나는 치료 받으면 그만일테지만 내 아이에게, 내 가족에게, 내 직장 동료에게, 내게 시간을 내줬던 취재원에게 몹쓸 짓을 한 것 같아 너무나도 무서웠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올 때마다 심장은 지하까지 떨어지는 듯 했다. 양성 통보 전화일까 초조했다.

결국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확진자를 접촉한 날로부터 2주간은 자가격리를 해야했다. 자가격리 중에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 없었고 남편은 방과 화장실을 따로 써야했다. 기자는 잘 때를 포함해 24시간 내내 마스크를 쓴 채 생활해야했고 밥도 따로 먹어야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산책 가자" "마스크 벗어라" "뽀뽀하자"며 졸라댔다. 이 모든 것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자가격리 중 양성이 나올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하루 내내 마스크를 낀 터라 숨이 위로 올라와 저녁이 되면 눈이 따끔따끔하고 뜨거웠는데 이때마다 열이 나는 건 아닌지 온도를 체크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결국 최종 결과는 음성이었다.

그러나 자가격리 당시의 공포감은 끝이 나지 않았다. 이후 기자는 방역 수칙에 더욱 철저해졌다. 손을 씻을 수 없는 상황에는 중간중간 손소독제를 더 사용하고 집이 아닌 공간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마스크를 웬만하면 벗지 않았다. 노심초사하는 나날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데 최근 광주 상황이 심상치 않다. 전국적으로 확산세를 보이더니 광주마저 확진자가 불어나고 있다. 유흥주점이나 핫플레이스를 찾은 2030이 확진되면서 더욱 무서운 속도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코로나19는 나만 걸리면 그만인 질병이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위협한다. 이런 때 일수록 조금 더 조심하면 어떨까. 당사자가 된 이후에서야 하는 후회는 늦다. 김혜진 취재4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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