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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에서 맛있는 과자가 되다··· 버섯 '블루오션' 개척

입력 2022.10.12. 19:12
[농촌 창업 청년들 성공스토리]
⑩강진 믿음영농조합법인 윤영진 대표
아버지 돕다가 시작된 일 부담 커
대학 전공 살려서 캐릭터 디자인
'스마트팜' 등으로 일손·비용 절감
농지 없는 농법 '컨테이너팜' 도전
땅 구입 부담 줄고 날씨 영향 적어
농업·농촌 필요한 것은 '열린 사고'
윤영진 믿음영농조합법인 대표.

[농촌 창업 청년들 성공스토리] ⑩강진 믿음영농조합법인 윤영진 대표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던 청년이 농장법인의 대표가 됐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키우던 버섯 재배일을 돕던 그가 후계농이 된 것이다. 그는 많은 후계농들이 겪는 아버지와의 갈등 대신 버섯 농장을 키우고, 원물 재배·판매에 그치지 않고 버섯을 그대로 과자로 만들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포화된 버섯 재배 농가에서 한 단계 발전한 것이다.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의 길을 찾은 그는 강진군 믿음영농조합법인(이하 믿음농장)의 윤영진(40) 대표다.



◆갑작스러운 중책에 스트레스 심해

윤 대표는 중학교 시절부터 아버지 일을 도우면서 표고버섯에 대해 배웠다. 어린 나이에 농업에 뛰어든 만큼 처음에는 '아버지 일을 돕는다'는 생각이 컸다. 바쁜 명절을 앞둔 시기에는 수업을 빼고, 집으로 내려와 일손을 거들기도 했다. 그러다 2010년부터 대표를 맡게 됐다.

갑작스레 무거운 중책을 짊어지게 돼 스트레스도 심했다. 특히 영업과 관련한 업무는 매출과 직결되다 보니 더욱 열심히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처음 대표직을 맡고는 아버지께서 오랜 시간 거래를 해오던 곳들이 많아서 관리하는 게 주된 일이었는데 이마저도 힘들었다"며 "내성적인 성격 탓도 있었지만 부담감이 컸다. 그래도 아버지와의 관계들이 있어서였는지 열심히 뛰는 모습에 많이들 '기특하다'며 인정해주셨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휴대폰으로 조종 가능

믿음농장은 3동의 비닐하우스에서 표고버섯과 느타리버섯을 키우고 있다. 가족 농장이다 보니 늘리기 쉽지 않다. 나무에서 1년 반을 키워 판매해야 하는 버섯 농사 특성도 농장을 쉽게 확장하기 힘들다. 대신 가공 시설과 유통 시설을 확충해 재배부터 판매까지 한 번에 진행하고 있다.

그러다 2018년부터 스마트팜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계절별로 일정 시간이 되면 하우스 덮개를 걷어내고 물을 뿌려주는 역할을 컴퓨터가 알아서 진행해 준다. 나무에 버섯균을 심고 채취하는 일 외의 일은 모두 컴퓨터가 해주고 있다. 늘 부족한 인력을 메꾸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고, 훨씬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었다. 윤 대표가 외국에서도 휴대폰으로 조작해보기도 했는데, 큰 문제 없었다. 그는 스마트팜으로 운영하면서, 다양한 기후 데이터를 축적해 가고 있다. 사업 확장을 위해서다.


◆연매출 10% 차지, 아마존 입점도

그렇게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은 윤 대표는 이미 레드오션이 된 버섯 생산·판매 시장에서 '버섯칩'을 만들어, 그동안 반찬으로만 활용됐던 버섯을 과자로 넓혔다. 블루오션을 개척한 셈이다.

재배한 표고와 느타리를 진공 후라잉 공법으로 처리, 고소한 영양 만점의 과자로 재탄생시켰다. '페이버립스'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버섯과자는 조금씩 인기를 얻으며 연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새 제품을 개발·판매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허가증이나 인증서도 획득, 사무실 한쪽 벽을 가득 채울 정도다. 유기가공인증, 도지사품질인증, 농공상중소기업인증, 미국 FDA 취득 등 안전성과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현재 6개국에 상표등록을 마친 상태이다.

수출 성과도 있다. 2020년 미국 아마존에 입점한 후 2021년 유럽 아마존 입점하며 매출이 늘었다. 곧이어 중국 알리바바와 타오바오를 비롯해 베트남 하노이에도 수출하고 있다.

국내 표고버섯 시장의 침체를 감지하고 제품 다양화와 판로 개척, 가격 하락에 대응하기 위한 차별화 전략을 꾸준히 추진한 결과다.



◆흙 없어도 버섯을 재배할 수 있다

그가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부분이 컨테이너팜이다. 말 그대로 컨테이너 안에서 흙 없이 버섯을 재배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 시도에는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귀농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농지 구입이다. 땅이 없어 구입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빌리기조차 힘들다. 일부는 터무니없는 가격에 땅 구입을 포기하고 종국에는 귀농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늘고 있다.

윤 대표도 농촌에 청년들이 늘어나기 위한 해결책으로 농지 구입 문제라고 판단했다. 그가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 컨테이너 팜이다. 구입하기도, 임대하기도 어려운 농지 대신 적은 비용으로 컨테이너를 임대해 농사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노지나 하우스와 달리 수직으로 쌓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윤 대표 역시 컨테이너 한 동을 구입해 그곳에서 버섯 농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농사 초보들이 두 번째로 힘들어하는 부분이 날씨다. 이상 기후가 빈번해지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성장기나 수확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실패로 이어지기도 한다. 컨테이너 팜은 외부 환경에 상관없이 내부 온도와 습도 등만 조절하면 실패 확률이 줄어든다.

그는 "귀농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농지 구입이나 임대다. 시세보다 비싼 경우가 있을 뿐 아니라 원한다고 바로 가능하지도 않아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부담 없이 귀농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고, 날씨 영향을 덜 받아 원하는 물량을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많다"고 밝혔다.


◆구구절절 설명보다 간결 이미지로

믿음영농조합법인은 가족 중심의 법인이다 보니 인력이 부족해 윤 대표 혼자 많은 일을 해야 했다. 생산, 가공, 유통, 영업까지 다양한 역할을 도맡는 가운데 마케팅에 주목했다. 대학에서 전공한 만화를 디자인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었다.

만화와 디자인 관련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스스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도 디자인적인 변화라고 생각했다. 소비자 수요는 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보다 신뢰한다고 판단했으며 문화와 관련된 콘텐츠를 통해 제품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하고 싶었다.

윤 대표는 "'농업을 디자인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소비자들은 구구절절한 설명보다는 이미지로 간결하게 표현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며 "디자인적인 관점에서 농산물은 포장부터 가공제품과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이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소비자의 인식이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브랜드 로고, 서식 등 디자인에 변화를 주고 제품 포장을 바꾸고, 캐릭터를 만들어 보다 친숙한 이미지를 구현했다. 지금의 제품 디자인이 나오기까지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다. 전문가적 시각으로 보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여 디자인을 맡긴 업체와 불편한 관계가 되기도 했다.

안내 팸플릿은 우리나라 전통의 고려청자 이미지를 형상화해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도모하는 등 곳곳에 세심한 배려를 빼놓지 않았다.


◆먹거리 구입 아니라 '가치'를 구입

윤 대표는 "젊고 제대로 교육을 받은 청년들이 농업에 뛰어들어야 농촌이 잘 살 수 있다"며 "농업·농촌에 필요한 것은 열린 사고를 기반으로 한 변화의 바람이다"고 밝혔다.

그는 "농업이 다른 분야보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다. 이를 맞춰 나갈 수 있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개념과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이를 통해 농업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청년들이 늘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농업의 기초이나 모든 것인 '정성'을 빼놓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병으로 쓰러진 내 가족이 먹고 나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재배해 가공하면 농산물도 약이 된다"며 "정성으로 농사를 짓는 이들이 존경받고, 농업인이 잘 사는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

그는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는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사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며 "농산물도 먹거리를 사는 것이 아니라 농산물이 주는 '가치'를 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농산물에 '영양'뿐만 아니라 '안전'과 '위생' 등을 강조하며, 믿음영농조합법인이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 가족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의미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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