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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공급망·지원 3박자 갖춘 신안, 세계가 탐낸다

입력 2023.05.31. 17:53
■전남, 미래 에너지기지 노린다
⑥ 해외 풍력발전 회사들이 탐낸다
탄소감축률 늘며 전남 눈독
협약체결 등 앞다퉈 추진중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순항
도-지역大, 맞춤형 인력양성
해상풍력 발전사 워크숍1

■전남, 미래 에너지기지 노린다 ⑥ 해외 풍력발전 회사들이 탐낸다

우리나라가 2030년까지 발전 분야에서 줄여야 하는 탄소 배출량은 1억2천370만t. 기준이 되는 2018년 배출량이 2억6천960만t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감축률도 45.9%에 달해 거의 절반을 줄여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 개발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8.2GW 규모의 신안 해상풍력단지 건설 계획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40% 감축으로 목표로 했다가 최근에 다시 55%로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면서 잇달아 EU내 국가들은 자국에서 대규모 해상풍력발전소 건설하면서 해외 해상 풍력 건설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EU를 비롯해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해외 해상풍력 단지 중 가장 관심을 주고 있는 곳이 신안 앞 바다다. 세계적 해상풍력 기업들이 신안 바다에 많은 관심을 갖는 이유는 동아시아 바다 중 가장 매력적인 해상풍력 부지기 때문이다. 바람의 질이 가장 좋다는 북해 (10~11㎧)에 맞먹는 8~10㎧의 풍속을 지닌 것은 물론, 지질과 수심도 해상풍력에 적합하다. 또 전력 공급망 등 탄탄한 기반 시설, 정부의 지원 등 삼박자가 맞기 때문이다.


◆ 국정 과제 포함, 풍력발전 탄력 기대

신안 해상풍력단지 조성사업은 새정부 '국정과제21 에너지안보확립 및 에너지신산업·신시장 창출'에 '풍력 산업 고도화' 가 반영되면서 새국면을 맞았다. 당초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새정부에서 국정과제에 풍력 산업 고도화가 포함되면서 해상풍력발전원스톱 특별법 제정과 해상풍력 지원부두·배후단지 조성 등이 차질 없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새정부 국정과제 반영과 더불어 에너지 인재 양성 등 에너지 신산업 창출을 위한 관련 사업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해상풍력산업 관련 학과를 운영 중인 전남 대학들과 전남도가 해상풍력 전문인력 양성체계 구축을 위한 '해상풍력 인력양성 실무협의체 발대식'을 갖기도 했다. 이들 대학은 학·석사 및 융합전공, O&M 전문교육과정 등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해상풍력 산업 토대가 될 인재들을 양성할 계획이다.

더욱이 지난 3월에는 전남도가 세계 1위 터빈사인 덴마크 베스타스, 씨에스윈드 합작법인과 해상풍력 터빈 및 타워공자 유치 업무협약을 맺는 등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에 한발더 다가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 굴지의 풍력 기업 몰린다

정부가 해상풍력 확대를 위해 풍력발전에 대한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가중치를 대폭 높인 가운데 외국 기업들의 한국 진출 역시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에너지 대기업들은 물론 외국 투자사들도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 정부는 최근 국내 해상풍력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REC 가중치를 현행 2.0에서 2.5로 대폭 상향했다. 여기에 수심은 5m, 연계 거리는 5㎞ 증가할 때마다 0.4의 가중치를 추가 부여하기로 했다.

REC 가중치의 상향으로 앞으로 재생에너지원 가운데 해상풍력 발전 사업을 추진할 경우 같은 양의 전기를 판매해도,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종의 보조금 성격인 REC 가중치가 확대된 이후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진출 움직임 또한 빨라지고 있다.

세계 최대 풍력터빈 제작사인 베스타스는 최근 한국남동발전, 국내 풍력 타워 제작회사인 씨에스윈드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국내 해상풍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베스타스 또 서남해 해상풍력 발전 단지 구축을 진행하고 있는 전남도와도 MOU를 맺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해상풍력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덴마크 오스테드 역시 한국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오스테드는 2019년 한국지사를 설립하고, 2026년 상업운전 개시를 목표로 인천 덕적도 해역에 8조원들 들여 국내 최대 1.6GW급 규모의 해상풍력발전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포스코와 협약을 체결했다.

스페인 해상풍력 전문회사 OW 오프쇼어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추진하는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사업은 울산 앞바다 약 72㎞ 배타적 경제수역에 500㎿ 3개 단지, 총 1.5GW의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이 밖에도 노르웨이의 대표적 에너지 기업 에퀴노르는 800㎿ 규모의 울산 반딧불 해상풍력 사업과 200㎿ 규모의 동해1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 RWE, 캐나다 Northland Power, 덴마크 COP, 영국 GIG와 프랑스 토탈도 국내에서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 중에 있거나 투자를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뿐 아니라 대규모 외국 투자사들도 국내 해상풍력 잇달아 진출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은 지난 7월 국내 친환경 인프라 투자사 이지스프라이빗에쿼트(이지스 PE)를 인수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지스PE는 2019년 한국신재생에너지개발운영(KREDO)을 설립하고 지난해 신안 지역의 해상풍력 사업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인프라 투자기업 맥쿼리도 자회사 설립 등을 통해 국내 해상풍력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호주의 글로벌 에너지 개발 투자 전문기업인 그린인베스트먼트(GIG)는 프랑스계 에너지기업인 토탈과 공동으로 울산과 전남 신안 일대에 2.3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의 진출에 적극적인 데는 정부가 해상풍력발전 사업에 강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반해 국내 관련 산업의 기술력이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약 125㎿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 설비 규모를 오는 2030년까지 12GW로 늘릴 방침이다. 때문에 이번 해상풍력 가중치 상향 등을 통해 대형사업들을 대폭 이끌어낼 것으로 전망된다.

해상풍력- 신안 자은도 풍력기

◆ 관심이 높은 이유는 뛰어난 여건

대만은 우리나라보다 일찍 해상풍력에 관심을 쏟았다. 북해 바람과 맞먹는 풍속 때문이다. 바람의 속도만 보면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대만이 9~10점, 우리나라는 7~8점 수준이지만, 대만은 수심이 더 깊어 비용이 더 많이 든다. 또 전력계통망도 대만은 자국 기술이 없어 우리나라 기업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대만은 투자 대비 수익이 낮은 반면 우리나라는 수익성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다. 대만은 100원을 벌기 위해 80원이 들고, 우리나라는 80원을 벌기 위해 60원이 드는 셈이다.

전남 해상풍력 단지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해외 기업은 모두 11개 기업. 발전 허가까지 받은 기업은 6개 기업으로, 모두 4천45㎿ 용량이다.

영국의 GIG와 프랑스외 토탈에너지는 는 여수에 504㎿급 풍력발전 단지를, 덴마크의 CIP는 신안에 504㎿급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캐나다의 노스랜드파워는 여수에 896㎿, 진도에 416㎿급 발전 단지를, 싱가포르의 에퀴스는 여수에 440㎿, 영광에 528㎿ 발전 단지를, 태국의 B.그림파워는 해남에 240㎿, 진도에 517㎿ 발전 단지를 조성한다.

발전사업 허가가 진행 중인 회사는 모두 9개 기업이다. 덴마크의 CIP는 신안과 영광에 각각 1.5GW, 1GW의 발전사업 허가를 추진 중이다. 네덜란드의 쉘은 영광에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풍황을 계측 중이고, 영국의 GIG, 프랑스의 토탈에너지는 진도에 500㎿급 단지 조성을 위한 발전사업 허가를 진행 중이다.

스페인의 오션윈드는 신안에, 캐나다의 노스랜드 파워는 여수·진도에, 독일의 WPD는 고흥에, 독일의 RWE는 신안에, 미국의 패시피코는 진도에 단지 조성을 위한 풍황을 계측 중이다.

이 중 CIP/COP코리아는 지난 2020년 SK E&S와 합작법인 '전남해상풍력'을 설립하고 신안군 해역에서 900㎿ 규모 해상풍력 발전사업 허가(전남1(99㎿), 전남2(399㎿), 전남3(399㎿))를 받은 상태다. 이중 99㎿ 규모 '전남1' 사업은 곧 착공 예정이다.


◆인력 양성도 '함께'

전남도는 맞춤형 해상풍력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광주·전남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해상풍력 융합 전공을 개강했다. 올해부터 본격화되는 전남의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에 발맞춰 산업 현장 전문 인력 적기 공급과 지역 일자리 창출 및 기업 유치를 현실화하기 위한 것이다.

목포대, 한국에너지공대, 목포해양대, 순천대, 초당대, 동신대, 조선대 등 7개 대학의 교수가 강의에 참여하고 목포대, 순천대, 초당대, 동신대, 전남대, 조선대 등 6개 대학에서 3~4학년 학생 25명이 최종 선정돼 진행한다. 전남도는 향후 기업 인력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최대 300여명의 해상풍력 생산·운영 전문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한국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 중인 덴마크의 세계 최대 규모 그린에너지 투자운용사 CIP와 그 산하 해상풍력 개발사(COP)의 한국 법인 COP코리아가 호남·제주 지역 대학과 해상풍력 산업 전문인력 양성 사업을 펼친다.

CIP/COP코리아는 최근 서울 본사에서 호남·제주 지역 7개 대학과 해상풍력 산학협력 협약을 맺고 학생 대상 경진대회를 진행한다. 국립목포대, 동신대, 우석대, 국립목포해양대, 전주대, 제주대, 호남대가 이번 협약에 참여했다. CIP/COP코리아와 이들 대학은 이번 협약에 따라 해상풍력 산업 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학생을 대상으로 해상풍력 캡스톤디자인(시제품) 경진대회를 진행했다.


◆해외 진출 위해 경험 쌓아야

국내 해상 풍력 개발에 해외 기업들이 몰리면서 자칫 '남의 잔치'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관련 기술이 미약해 해외 기업들에 잠식당할 것이라는 걱정이다.

반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해외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이며, 해외 기업의기술을 배울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해외 기업의 기술 노하우를 배우기 위한 가장 빠른 전략이 해외 기업과의 파트너십이라는 것이다.

유태승 코펜하겐 오프쇼어 파트너스(COP) 대표는 "해상풍력 사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개발 노하우다. 한국 업체가 합작을 통해 사업성 있는 사업을 개발하는 걸 배울 수 있다"며 "합작을 통해 개발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한국의 에너지 전환뿐 아니라 거대한 글로벌 시장의 조기 진출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해상풍력은 해외 시장의 규모가 거대하게 형성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 유럽 국가들이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해상풍력을 더 확대하기로 해 유럽 시장도 다시 블루오션화하고 있다"며 "해상풍력은 실적이 있어야만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이다. 한국 기업들이 세계 해상풍력 시장에 진출하려면 트랙 레코드가 필요한데, 한국 기업이 자국에서 트랙 레코드를 쌓을 수 있는 좋은 기반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국내 풍력사업이 남의 잔치가 되게 하지 않으려면 정부가 설비 확대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관련산업 육성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에너지 분야의 한 전문가는 "풍력터빈 등 핵심 기술에서는 글로벌 기업들과 격차가 여전히 큰 상황"이라면서 "국내 기업들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R&D 지원, 인력 확보 등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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