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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어지는 소득 격차···"보통사람 되기 힘들다"

입력 2021.10.22. 11:10
[청년소멸보고서⑨ 新일자리계급도]
중소·대기업 소득·자산 격차 벌어져
대졸 초임연봉부터 1천300만원 차이

[청년소멸보고서⑨ 新일자리계급도]

"신한은행에서 보통사람 보고서라는 걸 내서 뉴스로 봤는데 30대 월 평균 소득이 400만원이 넘더라고요. 20대 소득이 월 250만원인가 하던데 20대 보통만도 못한 제가 너무도 부끄러웠어요."


◆'보통사람' 되기 참 힘들다

광주 광산구 내 한 중소기업 사무직에 다니는 이진희(31·가명)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대학을 졸업하고 남들 다 준비한다는 대기업과 공기업에 취합하기보다는 고향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었다. 실제 졸업 뒤 지역에서 전공에 맞춰 여러 일을 하다 현재 직장에 들어왔지만 2천700만원이라는 적은 연봉에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그는 "블라인드 같은 직장인 앱에 대기업 1~2년차라면서 연봉을 공개하는데, 못해도 4천만원에서 5천만~ 6천만원까지 받는 걸 보면 내가 너무 초라해진다"며 "그 기업들에 제 학과 동기가 있고 선후배도 다니고 있는데 난 뭐 하고 있나. 주변에서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 부럽다 하지만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공무원시험 준비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냥 처음부터 남들처럼 대기업이나 공기업시험 준비해 들어가지 않은 게 지금은 종종 후회될 때가 있다"며 "극단적으로 말하면 저임금 받는 중소기업에 다니면 옛날로 따지면 노예 아니겠느냐"고 쓴웃음을 지었다.

신한은행이 전국 만 20~64세 경제활동자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최근 발표한 '2021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에 다니는 20~34세 미혼은 월평균 260만원을 벌고 9천500만원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20~34세 미혼 대기업 재직자는 같은 나이의 중소기업 재직자보다 80만원 더 많은 340만원을 벌고 총 자산은 2배 많은 1억8천600만원을 보유했다.

이 씨는 "흙수저인 것은 부모님 탓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금 사회에서 소득은 자신의 노력의 결과고 그렇기에 전 루저(패배자)인 셈"이라고 자책했다. 그러면서도 "어차피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들어갈 인원은 한정돼 있고 대부분은 중소기업에서 일할 수 밖에 없는 건데 이게 신분제가 아니면 뭐냐"며 씁쓸해 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 갈수록 벌어져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올초 국내 기업 787개(대기업 267·중소기업 520)를 대상으로 '신입사원 평균연봉'을 조사해 발표했는데 4년제 대졸 신입사원 기준으로 대기업 평균 연봉은 4천121만원이었다. 반면 중소기업의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봉은 2천793만원으로 격차가 1천328만원이었다.

코로나19로 고용 여건이 안 좋아졌지만 대기업은 지난해(4천118만원)보다 연봉이 0.1% 오른 반면 중소기업(2천840만원)은 1.6% 떨어지면서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또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 결과'에 따르면 국내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309만원, 중위소득은 234만원이다. 대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세전 소득은 515만원이었지만 중소기업 근로자는 245만원에 불과했다. 대기업 근로자는 중소기업 근로자에 비해 2배 가까운 소득을 받고 있는 셈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각각 입사한 대졸자의 소득 격차가 갈수록 벌어질 것을 예측하는 건 어렵지 않다. 실제 이 통계에서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득 차이가 커졌다. 그러면서 50대에서는 대기업 평균 소득이 중소기업의 약 2.6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에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공공기관 종사자 김모씨는 "특히 제조업에서는 대기업이 협력사인 중소기업이 도산하지 않을 정도까지 단가를 후려치기하는 모습은 흔하다"면서 "중소기업 피 빼서 대기업 직원들 배불리는 구조를 개선해야 청년들이 중소기업에도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공과 민간 일자리 수준도 커

소득 격차는 단순히 민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머물지 않는다. 공공부문 일자리와 민간부문 일자리의 격차 또한 커지고 있다. 민간 부문의 소득이나 처우가 정체돼 있는 동안 공공부문 일자리 처우 수준이 높아지면서 또 하나의 '계급'을 이루고 있다.

특히 공기업은 일과 삶을 중요시하는 변화와 함께 정년이 보장 되는 안정적인 일자리로 분류되면서 오히려 민간 대기업보다 높은 선호도를 보인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350개 공공기관의 정규직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는 6천931만원이었다. 이 중 공기업 평균 연봉이 8천155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기타공공기관이 6천850만원, 준정부기관이 6천681만원이었다.

또 잡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주요 공기업 36개 대졸 신입사원 초임은 평균 3천892만원으로 민간 대기업보다 높은 수준이다. 청년들의 '공정' 문제를 일으킨 '인국공 사태' 당사자인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신입 초봉이 4천636만원 수준이다.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등 이중화된 노동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청년들의 소멸을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대성 광주전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국내 노동시장은 고임금, 고용 안정성 등 좋은 근로조건을 갖추고 있는 소위 대기업과 공기업을 일컫는 1차 노동시장과 저임금과 고용불안이 상존해 있는 소위 중소기업을 일컫는 2차 노동시장의 간극이 갈수록 커지면서 상향 이동이 사실상 단절돼 있다"며 "결국 임금의 수준, 고용 안정성, 근무요건 등의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됐고 자연스레 청년들은 1차 노동시장의 진입만을 원하게 되는 상황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연구위원은 "이렇듯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심화는 고용 악화, 일자리 미스매칭은 물론 일자리 계급화에 따른 소득 격차, 청년 인구 유출 문제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이삼섭기자 seobi@mdilbo.co·이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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