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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청년에 더 가혹한 사회···청년들은 "기회 균등"

입력 2021.12.30. 10:25
[청년소멸보고서 ⑩·끝] 광주청년에게 물었습니다
사회적 압박에 젠더갈등까지 겹쳐 지쳐
"다양한 양질의 일자리 부족해 떠난다"
타도시와 비슷한 수준 문화 인프라 必
"청년이 머물 자리는 기회가 균등한 곳"
광주 청년들은 메시지보드를 통해 청년 머물고 싶은 사회에 대한 희망을 드러냈다.

[청년소멸보고서 ⑩·끝] 광주청년에게 물었습니다

지역을 떠나 대부분 청년들은 천정부지로 솟구친 집값에 저성장으로 인해 치열해지는 경쟁, 청년 세대 내 양극화로 고통받는다. 지방청년들은 이에 더해 수도권 일극화로 인해 지방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를 안고 고향을 등져야 한다. 여기에 불균등한 국토 개발에 희생돼 다른 지방보다 더 '지방 문제'를 안고 있는 지역에서 태어난 이들, 바로 광주·전남지역의 청년들이다.

이 사회를, 이 지역을 살아가는 광주 청년 9명에게 물었다. 무엇이 그들을 힘들게 하고, 태어난 지역을 떠나게 하는 걸까. 또 어떻게 하면 그들이 '있고 싶은 자리'에 있을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그들이 머물고 싶은 사회에 대해서도 물었다. 인터뷰는 지난 20일부터 1주일간 서면질의로 실시했으며 실명을 기본으로 하되, 익명을 원하는 청년들은 가명으로 표기했다.


◆양극화에 '젠더 갈등' 조장까지…"압박감 든다"

9명의 청년들은 지금의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가장 힘든 점으로 취업과 주거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는 점을 꼽았다. 일자리에 있어서는 구직 자체에 대한 걱정보다 소득이 양극화된 상황에서 저임금 일자리에 근무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그로 인해 경제적 독립을 할 수 없을 것이란 불안이다.

현재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상우(24·가명)씨는 "4년제 대학을 나와 최저시급에 맞춰 일하고 있는 현실과 앞으로도 내 연봉이 높아지지 않을 것이란 불안감을 안고 산다"고 털어놨다.

취업준비생인 이동호(26·가명)씨는 "부모님으로부터 재산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기업에 들어가지 않는 한 내 삶을 지탱해 줄 자산을 만들 수 없을 것 같다", 취업준비생 이지희(24·가명)씨는 "취업해 독립한다 하더라도 집값도, 주거비도 너무 올라 내가 살 곳은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지은(24)씨는 "현재 국내는 청년이어서 힘든 것이 아닌 청년들이 살기 힘든 사회가 형성돼 있다"며 "월세든, 전세든 주거부담을 줄여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청년에 대한 사회적 압박과 함께 젠더 갈등도 청년의 삶을 지치게 하는 요인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박성민(36)씨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 청년들은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 당하면서 많은 것을 갖춰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에 더해 젠더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사회 분위기가 청년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일자리·기회 부족" 광주라서 힘들다

청년들은 한목소리로 광주에서 살아가기 힘든 이유로 양질의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성은(28)씨는 "광주에서 취업을 준비하고 미래를 꿈꾸려고 해도 지역 경제 시설 기반의 부족함에 따른 기회 부족과 취업 다양성이 존재하지도, 실현되기도 어려운 현실을 마주한다"고 말했다. 황서원(29)씨도 "광주에서는 살고 싶고 계속 그럴 테지만, 마음에 드는 일자리는 적은 데다 그곳에 취업하기는 더욱 힘든 게 문제"라고 토로했다.

이동호씨는 "일자리가 부족해 또래들이 타지역으로 많이 빠져나가고, 자영업자가 많아 개인 창업도 힘들다는 걸 확연히 느낀다"며 "일례로 피자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인구에 비해 경쟁 가게가 많아 타지역 같은 브랜드에 비해 매출이 현저히 적었다"고 말했다.

이시현(30)씨는 "내가 원하는 직종의 직장이 광주에는 거의 없고 그나마 있는 회사들도 고용하고 있지 않지만, 수도권에서 찾아보면 관련 회사가 많다"고 주장했다.

최승아(24·가명)씨는 "지방에 거주한다는 그 자체"라며 "관심 있는 직종이 수도권에만 있기도 하고, 관련 업체 대표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자신은 지방에 사는 사람은 주거 문제로 뽑지 않는다고 하더라"며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또한 다수의 청년들이 다른 대도시권에 비해 문화적 인프라가 부족한 점도 언급했다. 이시현씨는 "광주는 다른 광역시보다 (문화·상업적) 시설들이 부족한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일자리 자체도 수도권에 비해 양적으로도 다양성으로도 부족한 것 같다", 이동호씨는 "다른 광역시들과 비교했을 때 문화 인프라가 부족하기에 문화 생활을 즐기거나 다양한 취미생활을 갖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성민씨는 "다른 지역의 청년들이 스타필드나 프리미엄아울렛, 코스트코 같은 데를 일상적으로 가는 것을 보면서 부럽기까지 하다"며 "광주는 호남을 대표하는 광역시인데도 소상공인의 생계를 위한다면서 대형복합쇼핑몰이 여러 차례 무산되는 걸 보면 화도 난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사시겠습니까? 청년들 "아니요"

이들은 태어나 자란 지역인 광주·전남에서 살겠냐는 질문에 절반 정도는 기회를 찾아 수도권 등 타지역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지역에서 살아가겠다고 한 청년들 다수는 가족들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서울로 갈 것이라고 밝힌 이동호씨는 "취업의 다양성과 잘 구축된 인프라에 따른 다양한 문화 접촉이 가능한 서울로 이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 거주 중인 이지은씨는 "지금 당장 누릴 수 있는 인프라와 광주에서는 누릴 수 없는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있어 서울에 계속 살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지희씨는 "지금 광주가 굉장히 낙후돼 있고 발전의 기미가 안 보여 다른 지역으로 떠나고 싶다"며 "광주는 청년들이 원하고 말하는 목소리를 들을 준비도 돼 있지 않은 중장년들을 위한 도시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박상우씨는 "광주에 살고 싶어도 같은 직업에 직종인데도 타지역에 비해 월급이나 대우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며 "금전적 이유를 생각하면 수도권이나 다른 대도시로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살 계획이라고 밝힌 이들은 "연로하신 부모님과 가족들과 가까이 있고 싶어서", "가족들과 주변 기반이 이곳에 있기 때문", "타지역에 가면 적응하기 힘들 것 같고 차별당할 것 같은 불안감" 등을 이유로 전했다.

대체로 광주가 살아가기에 매력적이라고 평가한 이는 거의 없었다. 다만 이동호씨는 "개인적으로 크게 불편하지 않은 수준의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대도시임에도 비교적 공기가 맑아 살기에 좋다"고 말했다.


◆"양질의 일자리·문화 인프라 구축 필요"

광주가 청년들이 살기에 좋은 도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청년들은 임대주택 공급 등으로 주거 부담을 낮추고 다양한 양질의 일자리, 문화적 인프라를 확충해달라고 답했다.

이성민씨는 "'광주는 아파트가 특산물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초과공급인데 아파트값은 천정부지 치솟고 있다"면서 "부동산 가격을 바로 잡아, 누구나 마음 놓고 가정을 이루고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동호씨는 "장차 지역 발전을 이뤄나갈 청년이 지역에서 일할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며 "적어도 다른 도시와 비슷한 수준의 문화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이시현씨도 "인프라 발전이 시급한데 지하철2호선처럼 시민들에게 필요한 인프라나 편의 시설을 재빨리 파악해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청년들은 광주라는 도시가 청년들이 살기 좋아지려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년들이 좋아하는 예쁜 공간들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대기업을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이 머물고 싶은 자리는?

청년들이 머물고 싶은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청년들은 부모의 자산도, 태어난 지역에도 상관없이 누구든 '기회의 균등'을 가질 수 있는 사회라고 말했다.

이성민씨는 "'부모찬스' 없이 누구나 공정하게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사회"라며 "어떤 일을 하든 월급만으로도 물려받은 자산 없이 내집마련이 가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은씨는 "청년들이 살기 좋은 한국사회가 되려면 서울 집중이 아닌 지역사회의 성장을 통해 내가 자란 도시에서 직장, 결혼, 노후가 책임져지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수많은 청년들이 취업을 위한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데, 공부가 아닌 경험과 다양성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청년들을 고통에 몰아 넣는 수도권 집중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시현씨는 "지금 대한민국은 수도권에서 많은 것들이 이뤄지고 지방에는 기회가 더 적어지고 있다"며 "지방 청년들도 동등한 기회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서원씨는 "안 그래도 좁은 나라에서 서로 편가르기 하지 말고 무엇이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지를 고려해 상생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세대, 성별, 지역 등 여러 형태의 갈등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이외에도 청년들은 "부모님 만큼 이룰 수 있는 사회", "배운 만큼, 일할 만큼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있는 사회", "청년이 많은 사회", "다양한 경험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사회", "균형 있는 임금 체제", "홀로 설 수 있는 사회", "모두가 의식주 걱정 않는 세상" 등을 머물고 싶은 사회의 요건으로 꼽았다.

특별취재팀=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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