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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사장된 청년자영업자···지역 대박상품 꿈꾸다

입력 2022.01.13. 10:35
[지방청년희망보고서②]장은비 육전메밀 하솜면가 이사
암 수술한 아버지 대신해 갑자기 사장 맡아
망하지 않기 위해 최선…사업도 지속 성장
‘미향’ 광주 맛집 많지만 사업화 의지 약해
장은비씨는 하솜면가육전메밀 양산점 사장으로, 가맹본부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장씨는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메뉴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지방청년희망보고서②]장은비 육전메밀 하솜면가 이사

장은비씨는 자신을 '어쩌다 사장' 4년차 청년자영업자라고 소개했다. 광주라는 지역에서 꿈을 찾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해봤다는 그는 더 큰 기회를 찾아 서울로 향해 그곳에서 터를 잡으려고까지 했다. 그러다 아버지 일을 잠깐 돕던 일이 매니저가 되고, 사장으로 이어져 지금은 광주 뿐만 아니라 담양, 서울에 이르기까지 가맹점을 차곡차곡 늘려나가는 프랜차이즈업을 하고 있다.

'어쩌다 사장'은 육전이라는 광주 대표 음식을 메밀국수에 접목한 '육전메밀'로 지역 입맛을 사로잡았다. 젊은 감각으로 분식집 취급받던 메밀국수집을 세련된 공간으로 만들어 젊은이들의 발길을 잡았다. 그는 이제 지역의 청년자영업자로서 '대박나는 지역상품'을 통해 지역 부가가치를 높이고, 청년들이 머무를 수 있는 광주를 상상하고 있다.

장은비씨는 세련된 인테리어와 젊은층 맞춤형 메뉴 등을 주효한 성공 전략으로 꼽았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정신차려보니 4년째 장사

"㈜하솜면가육전메밀 사내이사이기도 하고, 또 양산점 대표이기도 하고요. 요즘 '어쩌다 사장'된 청년자영업자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사장을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 정신차려보니 4년째 장사를 하고 있더라고요."

장씨는 사업을 하시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고 했다. 5년여전 아버지가 메밀국수집을 시작할 때도 간혹 일을 도와주긴 했지만, 가족의 일이라고 생각했지 자신의 일이 될거라고는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러다 3년전 아버지가 암 수술을 받으면서 '업무 대리인' 겸 사장으로 공백을 채우다 지금까지 이어졌다.

장사를 지금까지 하고 있는 이유로 그는 '운이 좋아서', '망하지 않아서'라고 했다. 생업인 자영업을 하는 누구도 망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망하지 않는 건 운도 따라줘야 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제 아는 동생은 스무살 초반부터 장사를 하고 싶어 요리도 배우고, 정부 지원도 받아가면서 창업 했어요. 하지만 1년도 안 돼 접어야 했죠. 반면 요식업에 대해 잘 모르던 저는 살아 남았죠. 물론 망하지 않기 위해 책도 읽고 강연도 듣고 여러 실험도 하고 하면서 최선을 다했고, 결과적으로 여전히 살아 남아 더 잘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다만 제가 무엇을 잘 해서 살아 남았구나라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육전 넣고 고급화 '신의 한수'

맛집이 많아 '미향'이라고 불리는 광주이지만, 역설적으로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광주 내 골목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이다. 반면 광주 토종 음식점들의 전국화는 매우 미약한 상황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하솜면가 육전메밀은 2년만에 광주에 가맹점 3곳, 담양 한곳, 서울 한곳을 내고 현재 두곳과 계약을 진행 중에 있다. 가맹사업 불모지 같은 곳에서, 특히 대중성이 약해 프랜차이즈 사업 규모가 작은 메밀국수를 어떻게 프랜차이즈화해 성공할 수 있었을까.

"저희 가게 전문 레시피로 만든 쯔유(간장의 일종), 면을 광주 매장 10군데에 공급했는데, 다들 장사가 잘 되는거예요. 그러면서 '우리 아이템이 먹히는구나'란 생각에 프랜차이즈를 생각하게 됐어요."

프랜차이즈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아이템을 찾는 게 일이었다. 기존 메밀국수집이 많아 차별화가 필요했다. 두가지 전략을 구상했다. 하나는 광주의 대표 음식이라고 하는 육전을 메밀국수와 결합하는 것, 어르신들이 먹는다는 편견을 가진 메밀국수집을 프리미엄화해 젊은이들이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존 메밀국수집들은 거의 분식집 개념이예요. 궁극적으로 카페처럼 세련되게 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결국 인테리어와 육전이라는 콘셉으로 메밀국수 시장을 잡고 성공할 수 있었다고 봐요."

특히 급증하는 1인가구와 젊은 커플들을 잡기 위해 육전을 반판으로도 파는 등이 주효하면서 젊은층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찾고 있다.

장씨의 다음 목표는 육전의 보편화, 대중화다. 이를 위해 우선 올해 육전 밀키트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지역청년들에 "가맹점 대신 가맹사업하라"

'춘천감자빵' 사례처럼 지역상품 개발해야

지역프랜차이즈업 인프라 열악…개선 필요

잠시 접은 교육자 꿈 장사로 교육 시장 도전

올해 지역 음식 '육전' 보편화·대중화 목표

작은 맛집 성공하면 일자리 늘고 고객 올 것


◆"프랜차이즈 사업, 지역 살린다"

지역에 일자리가 부족해 상당수의 청년들이 요식업 등 자영업에 뛰어 들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장씨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할 게 아니라, 지역상품을 개발해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어 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최근 강원도 한 카페를 운영하는 젊은 부부가 개발·판매해 전국적으로 히트한 '춘천감자빵' 사례를 소개했다. '춘천감자빵'이 성공하면서 감자를 생산하는 강원지역 농가의 소득이 올라가고 '춘천감자빵' 성지순례를 오는 이들로 춘천의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것.

"춘천감자빵 사례가 지역에서 자영업을 하려는 청년들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잘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음식 장사를 하고 있더라도 제품 개발을 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지역상품을 개발해야 해요. 춘천감자빵 같은 지역 아이템을 발굴하고, 대박나는 상품을 개발하는 게 지역 자영업자나 사업자가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봐요."

특히 장씨는 광주에서 프랜차이즈업을 해야 하는 이유로 지역 부가가치가 올라간다는 점을 들었다. 프랜차이즈 본부가 올리는 매출 뿐만 아니라, 지역에 미치는 관련 산업 파급 효과가 커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좋은 아이템이 있고 비지니스화할 수 있는 자신이 있다면 언제든 시작하라고 전했다.

장은비씨는 자신을 어쩌다 사장이 된 '청년자영업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자영업에 도전하는 지역청년들이 '지역상품'을 개발해볼 것을 조언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장사=교육…전문화된 교육 절실

어쩌다 사장이 된 그이지만, 본래 꿈은 교육자였다고 말했다. 교육 일을 배우기 위해 서울로 향했고, 그곳에서 유망한 기업에서 자리 제안까지 받았지만 얼마 안 가 광주로 내려왔다.

"교육에 미쳐있었어요. 교육자가 내 소명인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고 그랬는데…. 막상 교육자가 되기 위해 서울로 가보니, 교육자는 자기 콘텐츠가 확실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제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광주로 왔습니다."

그렇게 광주로 내려와 아버지 일을 돕던 그는 장사라는 것이 자신이 생각한 교육자로서 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장사하면서 제일 많이 하는 게 역설적으로 교육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버지 일을 돕다보니 교육 일이 별건가 싶었어요. 아르바이트 교육, 가맹점주 교육 등 장사라는 콘텐츠를 가지고도 시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 한가지 도전해보고 싶은 게 생겼다. 장사하고 싶은 이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교육을 하는 것이다. 특히 그는 광주에서 자영업 경영에 관한 컨설팅 교육이 매우 취약한 점을 포착했다.

그가 처음 장사를 하면서 광주 내에서 여러 정책 사업을 통해 컨설팅과 교육을 받았지만, 강사들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서울이나 대구와 같은 곳은 지역에 프랜차이즈 본부가 많고, 강사 수준도 높고 가맹점 수백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현실적인 도움을 많이 줘요. 근데 광주의 경우 프랜차이즈 강의를 한다면서 가맹점을 내 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나, 심지어 영업사원이 강사로 오기도 해요. 전문성도 체계적 교육이나 커리큘럼도 떨어지는데 어떻게 유망한 프랜차이즈 업체가 나오겠어요."


◆기회 주는 지방…사업가 마인드 필요

지역에서 청년들이 떠나가는 현실에 대해 한 때 광주에서 지역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했던 청년으로서, 또 한 때 '떠났던 이'로서 장씨는 할 말이 많았다.

"서울 가기 전 광주에서 청년이 할 수 있는 내로라하는 활동은 다 해봤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광주에서 꿈을 찾을 수 있을까,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돈을 벌 수 있을까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봤죠.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없다는 현실에 고민이 됐어요. 그러다 심적으로 지치고, 수익구조를 만들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서울까지 가게 됐어요. 최근 친한 지인이 서울로 가게 돼서 안부 전화를 했는데, 이제 광주에 있는 친구가 한둘 밖에 없는거예요 다 일자리 찾아 떠나고."

이와 관련, 최근 광주에서 '노잼 도시'란 말이 부쩍 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라고 설명했다. 광주라는 도시가 비교적 기업도, 기업가가 부족한 상황에서, 지역의 자원도 대중과 동떨어진 맥락에 집중되다 보니 일자리 부족과 '노잼 도시'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는 주장이다.

"결국 (연재기획명) 희망보고서라는 맥락도 큰 틀에서는 결국 사업적인 요소를 찾는 것이죠. 지방정부에서도 정부기관에서도 어떤 게 됐든 사업적으로 이해하고, 그러면 이익을 내야합니다. 이익을 많이 내려면 대중이 원하는 걸 해줘야 하는데 대중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가치 측면에서 보면 맞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익이 안되는 것만 계속 하라고 하는 건 어렵다고 봐요. 광주라는 도시가 사업적 측면의 이해도가 약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사업화를 잘해 좋은 기업을 만들어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으러 오든, 놀러 오든 광주에 올 수 밖에 없는 요인을 만드는 게 지역을 위한 게 아닐까요."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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