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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칼럼] 팬데믹에서 찾은 교육의 참 의미

@김지선 각화중학교 교사 입력 2021.09.14. 10:20

연일 암울한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다."전면등교 후 광주 12개 학교서 37명 확진" (남도일보, 이은창 기자, 2021.09.08.)

기사에 따르면 지난 달 22일 서구 모 고등학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이후 12개 유치원과 초·중·고서 학생 등 37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학교 내 감염으로 광주에서는 현재까지 3천196명이 전수검사를 받았으며, 2천245명이 자가격리 조치 되었다고 한다. 최근 인근 학교의 확진자 다수 발생으로 매우 긴박했던 일주일을 보냈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까지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늘어난 자가격리 및 자율격리 학생들을 살피며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살얼음판을 디디는 것처럼 불안하고 긴장된 일주일이었다.

수업과 방역 사이의 딜레마

그렇게 전교직원이 힘을 합쳐 힘겹게 전면등교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속상한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가장 속상했던 이야기들은 확진자가 나온 학교가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고 너무 자유롭게 체육활동을 많이 한 것은 아니냐, 토론수업이나 모둠활동을 통해 감염이 확산된 것은 아니냐에 대한 색안경을 낀 시선들이었다. 솔직히 형식만 대면수업이라면 거의 원격수업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마스크를 쓰고 경직된 자세로 교사만 바라보고, 동급생들과 어떠한 교류도 없이 교사 혼자 일방적으로 지식 전달에만 머무르는 수업은 교육을 더욱 퇴보시키는 것이 아닐까?

'위드코로나'를 준비하자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교육계에서도 무조건 방역 우선이 아닌 학생들의 성장과 배움을 위한 '위드코로나 시대의 교육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방역수칙을 지키면서도 점진적으로 신체활동을 늘리고, 서로 평등하게 묻고 배울 수 있는 기회와 문화 및 예술 체험의 장을 늘려가려는 노력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와 노력에 무조건적인 비난은 멈춰져야 할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300명 이하 소규모 학교의 특장점으로 지난 1학기를 비롯해 현재까지 전면등교를 거의 멈춘 적이 없다.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최대한 지키며 수업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방역수칙을 지키며 학생들의 신체활동을 최대한 보장하고, 거리두기 모둠활동, 발도르프 및 스토리텔링 교육 등 학생들의 학업은 물론 정서적 지원을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다. 지난 상반기 교육활동 평가에서 학생, 교사, 학부모에게 모두 고르게 받은 높은 점수(8~9점/10점 만점)는 전면등교가 왜 필요한지, 전면등교 상황에서 다양한 교육활동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려주는 증거일 것이다.

어느 명예퇴직 교사의 마지막 수업

지난 8월의 마지막 날 늦은 4시, 신용중학교 물리실험실에서는 명예퇴직하는 과학 교사의 마지막 수업이 진행되었다. 수업 주제는 '함께 배우는 과학 속 삶 이야기'였다. 정규시간 수업이 아님에도 교실을 꽉 채운 아이들의 눈빛은 호기심, 존경, 애정, 감출 수 없는 장난기 등 여느 중학교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생동감이 가득했다. '공명'을 통해 '공감'을, '공기의 이동'을 통해 '나눔과 평화의 삶'을, '코로나19' 상황을 통해 '함께 꿈꾸는 행복한 삶'이 수업의 핵심이었다. 어느 과학 교사의 마지막 수업은 이 자리에 함께했던 학생들과 교사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며 갈무리되었다.

이렇게 어려운 팬데믹 시대에 자신의 교육 경력의 마지막을 아이들과 함께한 수업으로 맺음하려 했던 그 마음이, 코로나 시대를 극복해가고자 하는 진정한 교육자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감히 판단해 본다. 방역과 건강을 지키는 최전선에서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 신체적·정서적인 돌봄을 수행하는 교사들의 마음이 외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아슬아슬하면서도 굳건하게 전면등교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것을 퇴임하는 교사의 마지막 수업이 대변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9월 6일 한겨레신문에 이런 기사가 올라왔다.

"학교가 '선택' 아닌 '전부'인 아이들을 위해...전면등교가 답이다."

이제 전면등교가 당위적인 기본전제라면, 배움과 성장을 이끄는 적극적인 교육활동으로 불평등하고 길었던 교육의 공백을 메웠으면 한다. 김지선 (각화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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