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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칼럼] 팔꿈치가 닿을 자리 네가 있다면

@김현주 광주인성고 교사 입력 2021.10.19. 19:07

무등산을 조금씩 타내리던 가을 바람은 너덜겅 바위 틈에 오래 머뭇거리다 시월 하순 이 아침 어깨에 와서 차갑다. 휴일 점심 차 한잔을 마시며 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서며 인사를 나누지 않는다고 하였다. 한 아이가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있는 걸 보고 자리의 주인인 그 아이는 자리에 앉아 있던 아이가 일어나 비켜설 때까지 말없이 잠시 서 있다가,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 갔다 했다. 서로는 싸운 적도 없고 서로 불쾌한 감정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어느 고등 학교 교실의 아침 풍경이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난 후 얼마전 회의에서 책상을 붙여 앉아 짝꿍이 있는 자리배치를 언급했지만 코로나 지침에 막혔고 학급의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하는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시간과 자리가 교육과정과 활동으로 담보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고 그래서 아이들의 꿈과 흥미 그리고 무엇이든 자유로운 이야기 시간을 마련하였다. 어쩌면 늦은 시간이 아니었나 싶었다.

수업 시간이면 곧잘 조는 친구 하나가 나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 소개하기 시작하였다. 낯선 음악가의 이름을 들으며 자신이 힙합 음악을 좋아하고 곡을 쓰는 작업도 하고 있다 하였다. 그 친구가 친구들 앞에서 긴 시간 동안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 주고 질문을 받는 역사적인(?) 시간이었다. 그동안 듣기 힘들었던 그 친구의 목소리를 듣던 시간에 우리 모두 깜짝 놀랐던 것은 그 친구의 발음과 어휘 구사가 무척 탁월하였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문장도 매우 정확하여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무척 분명하게 전달하고 있었다. 수업 시간에 조는 그 친구에 대한 선입견 같은 것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그 친구가 이야기한 음악가의 노래를 유튜브에서 찾아 함께 들어 보았다. 나로서는 공감하기 힘든 그림과 이야기가 가득한 노래였지만 난 그 가수의 노래보다 그 친구의 발표가 참 아름답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짝꿍이 없는 교실이다. 그렇다고 친구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곁에 누군가 있다는 것과 달리 교실 안에서 저마다의 섬처럼 떠있는 것은 아닌지, 서로 팔꿈치가 닿을 만한 자리에 누군가 있어 서로의 이야기에 귀기일 풍경은 머지 않았으리라 믿지만 우리 학교의 역할을 고민해보게 된다. 코로나19 이후 교육 환경과 교육력을 회복하기 위해 교육부는 막대한 예산을 학교에 내렸다고 들었다. 그리고 이 예산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학교가 그 예산을 받고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도 해야 하지만, 학교 구성원 모두가 예산의 숫자 너머에 있는 우리 교실의 풍경과 사람들의 관계를 고민해보는 시간을 마련하고 이것을 교육 과정과 활동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지 고민해보는 시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거리에 걸린 현수막에 선전 홍보 문구보다 내건 사람의 이름이 더 커지면 선거철이 왔다는 뜻이다. 교육감 선거가 내년 유월이다. 지난 달 지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내년 대선과 지방 선거 관련 여론 조사가 있었다. 그런데 교육감 후보 선호도를 묻는 질문에 71%가 넘는 응답자가 '잘 모른다. 아직 정하지 않았다'는 답을 하였단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자칫 교육감 선거가 대선과 여타 지방 선거에 묻혀 버려서는 안 된다. 교육감을 꿈꾸는 분들은 자신의 경력을 새롭게 꾸미거나 여론 조사가 마음에 차지 않아 새로운 경력을 붙여 현수막을 내걸기도 한다는 소문이다. 부디 광주 교육을 위해 되어야 할 분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이제 광주 교육은 교육감 한 사람의 능력으로 헤쳐가야 할 시절이 지났다고 본다. 나아가 가슴엔 당선에 앞서 교실과 학교를 품어주시길, 선진국이라는 지위에 걸맞는 학교 현장의 모습을 고민해주시길 바란다. 미래 사회, 미래 교육의 가치를 담보할 수 있는 가치관 교육, 세계관 교육을 이루어 내실 수 있는 분이 되어 지역 사회와 머리를 맞대어 주시길 부탁드린다. 가을은 새 잎이 돋아올 자리를 만들기 위해 분주하다. 김현주(광주인성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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