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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칼럼] '막강 경찰', 그 무게를 견뎌라

@류성훈 입력 2021.01.20. 20:32 수정 2021.01.20. 21:41


'왕관을 쓰려는자 그 무게를 견뎌라'. 셰익스피어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권한에는 그만한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는 뜻이며 권한이 크면 클수록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 또한 커진다는 의미로 표현된다.

올해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이 전격 시행됐다. 67년 만에 검찰 '지휘'로부터 사실상 벗어난 경찰은 1차 수사종결권 등 막강한 권한이 부여됐다. 경찰이 권력기관 구조개편에 따라 거대 독자 수사기관으로 위상이 한껏 높아진 것이다. 검·경 수사권이 조정되기까지는 기나긴 시간이 걸렸다. 지난한 그 과정들은 '검찰과 경찰의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될 정도로 마찰은 만만치 않았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경찰은 수사권 독립의 첫발을 내딛었다. 기존의 수사가 경찰의 수사를 검찰이 지휘하는 수직적 구조였다면, 올 1월1일부터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에는 '검찰과 경찰이 수사,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에 관해 서로 협력하는 관계' 즉 수평적 구조임을 명문화했다.

가장 큰 변화는 사법경찰관에게 주어진 수사종결권이다. 즉, '불송치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찰은 모든 사건을 검찰에 보내 수사를 제대로 했는지 지휘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 올해부턴 경찰은 혐의가 인정된 사건에 한 해 검찰에 송치하고 혐의가 없거나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건은 자체 종결한다.

다만, 경찰의 불송치결정이 부당한 경우 고소인이나 피해자는 이의를 신청할 수 있고, 이 경우 경찰은 사건을 지체 없이 검사에게 송치해야 한다.

검사의 영장청구권에 대한 견제 장치도 마련됐다.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사가 청구하지 않을 경우 경찰은 '영장심의위원회'를 통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게 했다. 영장 청구권은 오로지 검사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가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도 축소됐다.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 범죄로 제한됐다. 나머지 범죄에 대해선 경찰이 수사를 시작하고 수사도 종결한다. 그만큼 경찰의 권한과 역할이 막강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수사권이 확대되고, 수사 종결권'이라는 막대한 권한을 가진 경찰은 지금껏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걷기 위한 선제적 대응에 분주하다. 경찰은 권력이 비대해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국가경찰과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자치경찰 등 3개 조직으로 분리했다. 국가경찰은 정보·보안·외사·경비 분야, 국수본은 수사 사무 지휘·감독 임무, 자치경찰은 생활안전·교통·아동학대·학교폭력·여성·청소년 범죄를 담당한다.

그런데 경찰은 '의미 깊은' 새해 시작부터 잇단 악재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16개월 영아가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 부실수사를 비롯 광주 경찰의 절도행각, 여수경찰의 만삭 임산부 참고인 조사 진실공방 등으로 연초부터 구설에 오르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음주단속을 교묘히 피해 도주한 경찰관, 사건 무마를 대가로 금품을 받아 파면된 강력반 형사, 대형 한방병원에 고리를 받고 돈을 빌려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고위 경찰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술자리 성추행 의혹을 받는 전 광산경찰서장(경무관) 등 경찰 비리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경찰의 잇단 일탈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경찰은 자성의 노력 대신 경찰서 출입기자들의 취재를 통제하는 것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피하려는 태도를 보이면서 스스로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기득권·토호 세력들과 이해관계로 얽힐 우려가 다분한 일부 경찰들이 '공정한 수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는 대목이다. 자칫 국민의 불신이 커져 경찰 수사력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벌써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과잉기소 문제는 해결될 수 있겠지만, 경찰의 부실수사로 인한 '불기소 과잉'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물론 변화된 제도가 가져오는 혼란과 시행착오는 초기에 잠시 있을 수 있다. 보다 더 성숙한 민주적인 사법체계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감내해야 할 필요도 있다.

경찰은 하루라도 빨리 수사 역량을 최대한 끌어 올리고, 개혁과 내부 혁신을 통해 국민 신뢰를 더욱 두텁게 받아야 한다. 그야말로 '민중의 지팡이'가 되어야 한다. 어렵지 않다. 경찰은 국민을 위해 공정하고 책임 있는 수사만 하면 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민들은 다시 검찰의 수사권 강화를 요구할지도 모른다. 류성훈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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