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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칼럼]주택 구입, 언제가 적기일까

@박석호 입력 2021.04.07. 14:13

며칠전 밤늦게 고등학교 동창으로 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주택 구입 시기를 놓고 아내와 설전(?)을 벌였다는 하소연이다. 친구는 "지금은 살 때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아내는 "지금이라도 사야 한다"면서 부부싸움까지 벌어질 뻔 했다는 것이다. "당신 말 안 듣고 몇 년 전 새 아파트를 샀으면…"이라는 핀잔까지 들었다고 했다. 주택 매수 희망자들은 요즘 구입 시기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앞으로 더 오를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함께 더 이상 오르지 않고 떨어질 것이라는 희망이 교차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 주택시장은 현재 매수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으면서 가격 상승폭이 꺾이고 매물이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광주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4.6으로 전주 106.2보다 1.6포인트(p) 하락했는데,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치이다. 현재 추세라면 이달 말께는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상태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1.29%까지 치솟았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도 올해 들어 1월 0.64%, 2월 0.44%, 3월 0.38% 등 매달 오름폭이 축소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조정대상지역 지정에 이어 오는 6월 다주택자 등에 대한 중과세를 앞두면서 매물도 갈수록 쌓이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매물이 오래된 아파트들이어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낮을 수 있다.

향후 광주 집값의 최대 변수는 공급 예정물량을 꼽을 수 있다.

2019년 기준 광주 주택보급률은 107%에 달한다. 오는 2025년 119.4%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10년간 주택수요(신규+대체)는 최대 6만3천948호에 불과한 반면 주택 공급물량은 최대 18만 7천호로 추정돼 '공급폭탄'이 터질 것이라는 우려감이 높다. 재건축 및 재개발, 민간공원 특례사업, 산정지구 등 입지와 규모면에서 우수한 물량들이 대거 쏟아진다. 특히 민간공원 등 공공 성격의 물량은 시세 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 가격은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렇다고 수요와 공급의 논리가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매수시장이 극도로 침체되고 있고 정부의 각종 규제와 세금 폭탄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엄청난 물량까지 나오면 시장은 폭등장을 멈추고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향후 금리 상승도 부동산 가격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최근 신축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폭등하면서 주택시장에 미묘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30평대를 기준으로 6억원대까지 오르면서 일부 매수자들이 신축의 절반 가격대의 위치와 시설이 양호한 구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서구의 15년 된 아파트는 지난해 말 수십건의 거래가 이뤄졌다고 한다. 단독주택에 대한 인기가 꾸준하고, 구축 아파트 리모델링이 활발한 것도 긍정적인 신호로 판단된다.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지고 현재의 각종 규제가 이어지면 주택 가격은 분명 하락한다. 뿐만 아니라 요즘 젊은 사람들은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해 주택수요도 줄어들고 주택에 대한 개념도 바뀌고 있다.

집은 투기 대상이 아닌 삶의 공간이다.

'사는'(Buy) 대상이 아니라 '사는'(Live) 공간이 돼야 한다. 돈 놓고 돈 먹기식의 상품이 아닌 삶의 논리로 집을 바라봐야 한다. 편리성과 환경 등 삶에 초점을 맞춰 집을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다. 무조건 새 것만을 선호하는 현상도 위험할 수 있다. 물량이 넘쳐나면 신축도 양극화될 수 밖에 없다. 살기 좋은 광주의 시작은 주거 안정이자, 광주다운 주거문화 조성이다. 시민들의 생각이 바뀌면 광주도 행복한 공간이 될 수 있다. 매도자와 매수자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할 때다. 다주택자와 투기꾼들이 주택시장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해 실수요자에게 혜택이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로 주택시장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내 집 마련을 기다리는 수요자 입장에서는 집을 사기 위해 나서야 할 시기인지, 아닌지 매우 혼란스러운 순간이다. 이럴 때 일수록 주택 구입은 1~2년을 지켜보는 등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박석호경제부장 haitai2000@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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