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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칼럼] "호남 몰표 나올까" ··· 광주 2030에게 내년 대선을 물었다

@유지호 입력 2021.07.21. 18:03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치인생 마지막이자 네 번째의 대권 도전에 나선 1997년 겨울은 암울했다. 6·25이후 최대의 국난이라 했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은 우리에게 땀과 눈물, 뼈를 깎는 고통을 강요했다. 선거 국면에선 지역감정과 색깔론 등 반 DJ 정서가 강했다. 당시 유시민이 '97대선, 게임의 법칙'이란 책에서 호남 필패론을 들고 나올 정도로 지역 패권은 주요 이슈였다. 'DJT(김대중·김종필·박태준) 연합'으로 정면 돌파했다. 황태연 동국대 교수는 "패권적 지역주의에 맞서는 '저항적 지역연합'"이라며 DJ의 '지역등권론'을 뒷받침했다.

지역은 DJ의 화두(話頭)였다. 87년 13대 대선 땐 4자 필승론을 앞세웠다. 그와 노태우, 김영삼, 김종필이 출마해 각각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충청권의 표를 가져가면 호남과 수도권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은 자신이 당선된다는 전략. 수도권쪽 인구를 출생지별로 보면, 호남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3위에 그치면서 실패한다. 그 해 대선과 이듬해 총선을 치르면서 대한민국은 갈기갈기 찢겼다. 지역감정과 호남차별은 극에 달했다. 당시 보수정권의 지역주의 극복 전략은 호남 고립을 의미했다.

지역 vs 세대, 대선 변수는

DJ는 한(恨)서린 호남의 희망이었다. 잇단 대선 패배. TK·PK 보다 적은 인구 수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호남 대통령을 만들려면 아기나 열심히 낳는 수밖에 없다(강준만 전북대 교수, '김대중죽이기' 중)"고 한탄했다. 군사독재 정권은 광주를 '폭도들의 도시'로, DJ를 '반체제 세력의 지도자'로 묶어 반호남 정서의 밑불로 썼다. 강 교수는 '전라도죽이기'에서 "수난(受難)에 있어 DJ와 호남인은 일심동체"라고 했다. 전략적 몰표는 이와 무관치 않다. 호남은 한 표가 아쉬웠다. 선친(先親)의 채근에 주소지 투표(전남 장흥)를 위해 왕복 4시간의 시외버스를 타야했던 필자에게 있어, 20·30대 때 투표는 사명감·의무감이 컸다.

호남의 선택은 적중했다. '준비된 대통령'은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해냈다.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금모으기 운동과 함께 재벌·금융·노동·복지 문제 등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개혁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취임 1년 반 만인 99년 8월 '외환위기 극복'을 선언했다. IMF 지원자금 195억 달러는 4년여 만에 전액 상환했다. 고통스런 실직과 구조조정으로 대표되던 IMF 구제금융은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 취업난 탓에 공무원·교사 등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난 것도 이때부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은 국난이란 측면에서 외환위기와 비교된다. IMF에 이은 코로나 세대가 탄생한 배경이다. 세대명은 시대상의 반영이다. 이들이 요즘 정치적으로 가장 핫 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0년대 출생)다. 간단·재미·정직, 이 세 가지로 표현된다. 마케팅 전문가인 임홍택씨가 쓴 책 '90년생이 온다'를 통해서다. 특정 정당에 집착하지 않다보니, 어디로 흐를 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도 이들의 특징이다.

지역 대신 세대가 내년 대선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해 4·15 총선에서 여당에 몰표를 줬던 이들이 4·7 재·보선에선 야당 지지로 돌아서면서 승부를 갈랐다. '36세, 0선의 제1야당 대표'를 만들어 내는 데 기여하는 등 제도 정치권에 본격 진입했다. 그 간 여권의 전통적 지지기반이었던 광주·전남도 심상찮다. 본보가 14∼15일 실시한 '광주·전남 정치·현안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11.3%로 지난 2월(2.8%)에 비해 큰 폭으로 올랐다. MZ세대(만 18세~29세) 덕분이다. 4.5%에서 19.7%로 15.2%p 상승했다. 광주 만 놓고 보면 23.2%. 같은 기간 민주당 지지율은 67.0%에서 63.8%로 떨어졌다.

공정·정의, 나(me)-중심의 MZ세대

지난 4월 중순, 광주 2030세대를 대상으로 한 초점집단인터뷰(FGI)에 참여한 적이 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소셜미디어 친화적인 '디지털 노마드'인 이들을 통해 내년 대선에 관한 MZ세대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엿 볼 수 있었다. 주요 뉴스·정보 등을 관심 콘텐츠 위주로 소비하는 이들은 미(me) 제너레이션, 즉, 본인의 이해관계를 중시했다. 관심사는 청년 정책과 취업(20대), 비트코인·부동산(30대)을 각각 꼽았다. 정책과 정당, 후보자 삶의 궤적과 일처리 능력을 선택 기준으로 삼았다.

지역 보단 중앙 이슈, 진보와 보수 등 진영 논리를 떠나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일을 그냥 참고 넘어가지 않았다. 남북관계 개선이란 대의명분 앞에 개인 희생 강요가 타당하냐는 질문을 던진 평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과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무임승차는 용납 못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의혹에도 분노했다. 어린 시절 IMF를 겪었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성인이 됐다. 경제 관념이 일찍 자리잡은 이들에게 기회 균등과 절차적 정당성, 양극화·일자리에 대한 불만이 쌓이는 건 당연했다.

87년 6월 항쟁과 97년 평화적 정권교체 등 현대사의 격동기가 한 세대 가량 흘렀다. IMF가 코로나19로 바뀌었을 뿐, 대한민국은 다시 갈림길에 섰다. 포스트 코로나는 문명의 대전환기, 새로운 리더십의 시대다. 거대 담론 보단 실용을 중시하는 MZ세대가 그 주역이 됐다. 광주·전남 뿐만 아니라 한국 정치에 새로운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 대의명분·조직우선·통제 등에 익숙한 아버지(IMF 세대)의 잣대로, 아들·딸(MZ 세대)을 대하면 '병맛' '꼰대'가 된다. 유지호 디지털편집부장 겸 뉴스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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