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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헌 난해한 문턱, 재미나게 깨보렵니다"

입력 2022.09.21. 18:36
지역 자료 수집·보관·번역·출간
개인 소장 기록물 기탁 사업도
국가 자산화·가치 발견 '의미'
수장 자료 4만여권 증가하고
번역서 50권…발굴·연구 활발
문턱 낮추고 외연 확대 계획
청사·수장고·인력 확대 '과제'
천득염 한국학호남진흥원장이 21일 개관 5주년을 맞아 한국학호남진흥원의 역할과 의미, 그동안의 사업 성과,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개원 5주년 한국학호남진흥원 천득염 원장 인터뷰 

지난 2017년 한국학호남진흥원이 문을 열었다. 누정 문화와 실학이 발달했던 호남에 옛 선비 문집 20여만권을 포함한 고문서와 고서화 등 70여만 점이 넘는 사료가 각지에 흩어져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를 수집하고 연구할 주체가 없었다. 자칫 이들의 가치를 발견도 하기 전에 이 사료들이 훼손되거나 멸실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감이 지역 학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던 1996년 한국학 기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끝에 맺은 결실이다.

어렵게 문을 연 한국학호남진흥원이 22일 개원 5주년을 맞는다. 개원 당시 7천여점의 기록물로 시작했던 한국학호남진흥원은 현재 4만8천여권을 수장하는 등 기록물의 수가 크게 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50여권의 번역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천득염 한국학호남진흥원장을 개관 5주년을 하루 앞둔 21일 만나 한국학호남진흥원의 역할과 의미, 5년 간의 발자취, 과제,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한국학호남진흥원은 어떤 기관인가.

▲광주시와 전남도가 지난 2017년 9월 공동 설립한 기관이다. 우리지역의 고문헌 자료를 수집해 보관하고 번역, 출간하는 일을 수행하는 곳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자산으로 만들고, 또 묻혀있던 가치를 발견한다.


-한국학호남진흥원이 갖는 의미는.

▲우리 선조들이 오랜 세월 동안 만들어 낸 기록 문화유산은 대단히 중요한 민족적 가치를 지닌다. 일기, 편지, 문집, 규약인 향약, 과거시험과 관련된 시권, 관리들의 사령장인 교지, 재산을 나누는 분재기 등 수없이 많은 자료들이 있는데 이들이 바로 한국인의 정체성과 호남인의 자존을 보여주는 자산이다. 그중에서도 우리 진흥원은 우리지역 기록물을 중점적으로 발굴하고 연구한다는데 의미가 크다.


-어느덧 개관 5주년이다. 그동안 진행한 대표적 사업은 어떤 것이 있나.

▲호남지역에 산재해 있는 고문헌자료를 4만 8천 여권 수집했다. 그중에서 매천 황현선생과 수은 강항선생 자료는 돋보이는 성과라 할 수 있다. 뿐 만 아니라 80년 5월 시민군대표 윤상원 열사의 일기나 김봉호 선생이 58년간 쓴 농사일기자료도 중요하며, 과거시험 수험서와 시험지 등도 아주 재미있는 자료이다.

우리 진흥원은 이같은 자료들을 중심으로 번역서를 50여권 출간했다. 스승 노사 기정진과 제자들의 편지문답인 '답문유편', 여산 송씨 3대가 선조의 묘문을 부탁하기 위해 기행한 내용을 쓴 '서행록'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문중, 개인 소장자들로부터 기탁이 크게 늘었다. 어떤 자료를 기탁 받고, 기탁의 장점은 무엇인가.

▲올해 들어 기탁이 크게 늘었다. 올해만해도 현재를 기준으로 8천여권을 기탁 받았다. 올해 말까지 1만3천~1만5천권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탁받는 자료도 다양하다. 1910년 이전의 고문헌은 물론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기록물도 기탁을 받는다. 집에 하나쯤 갖고 있을 앨범 속 사진도 너무 중요한 자료이다. 기탁을 하게 되면 우리 진흥원이 국가예산으로 안전하게 소중히 보관하고 또 다듬어서 번역과 아울러 책자로 발간까지 한다. 기탁 5년이 경과하면 자료를 다시 찾아갈 수도 있다. 부디 집에 소장 중인 오래된 기록물을 기탁해주길 바란다.

지난 7월 열린 8회 기증기탁식 모습. 이날 기탁식은 후손 대대로 내려오는 자료 70여점을 기탁한 4개 문중을 대상으로 치러졌다.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이나 연구는.

▲그간 우리 진흥원이 고문헌 중심이라 너무 어렵고 문턱이 높다는 의견이 있어, 보다 재미있고 다양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즉 예향으로서 서화, 절의의 고장으로서 의병, 농촌공동체의 규약인 향약, 누정과 원림, 마한, 실학, 일기, 금석문 등은 어느 지역보다도 문화적 수월성을 지니고 있는 주제이기에 이에 중점을 두고자 한다. 아울러 유학이나 전근대 자료만을 모으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근현대인들의 일상적인 생활자료라 할 수 있는 사진, 성적표, 출석부, 면사무소, 농협 등의 행정자료 또한 가치가 크다 보고 적극적으로 수집하려 한다.


-현재 당면한 과제는.

▲호남한국학이라는 의미가 너무 무겁고 어렵다. 눈높이를 낮추고 외연을 확대하려고 한다. 시민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과 출판·강좌 지원, 호남문화의 수월성을 찾는 일에 더 노력하려 한다. 아울러 독립 수장고와 청사를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다. 늘어나는 기탁물과 소장기록물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독립청사와 수장고가 필수적이다. 다른 유사기관과 비교하면 우리 진흥원은 10분의 1수준이다. 안동에 자리한 한국국학진흥원은 7만평에 가까운 부지에 8동의 건물을 갖춘 굴지의 한국학연구진흥기관이다. 지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인력과 예산, 수장고와 청사가 필요하다. 개원 당시 지난해인 2021년까지 진흥원 건물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유야무야됐다. 무엇보다도 수장고 건립이 최우선적으로 급하다.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은.

▲고문헌자료 40만권 수장을 목표로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으며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신청을 위해 여러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학호남진흥원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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