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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매화마을 청매실농원 홍쌍리 명인의 삶

입력 2023.03.23. 11:56
매화는 내 딸 매화는 내 아들
홍쌍리 지음/ 스타북스/ 전2권
광양 매화마을. 무등일보DB 

광양 매화는 남도의 봄을 알리는 전령사이자 생명의 상징이다.

최근 나온 '매화는 내 딸 매실은 내 아들'은 홍쌍리 명인의 헤아릴 수 없이 힘들고 독한 삶들의 인생역경을 시로 풀어낸 자서전에 더 가까운 시집이다. 홍쌍리 명인이 피땀으로 이룬 청매실농원은 섬진강을 바라보며 백운산을 뒤로한 땅에 매화마을을 조성하여 영화촬영과 매화축제의 장소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하는 탁월한 친화력의 소유자다. 그곳에서 명인은 농민들이 장사할 수 있도록 터도 제공해주고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도 돕는 선한 마음과 행동은 고스란히 글에도 담겨있다. 아름다운 농사꾼이라고 불리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홍쌍리 명인은 농사를 짓는 농군은 절대 사람을 속이면 안 된다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산다. 따라서 '사람'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키워낸 농산물에도 자식처럼 애정을 쏟는다. 이 책은 정직하게 농사를 짓는 그녀의 경험과 인생역경의 희노애락이 담겨 있는 시의 공식을 깬 시집이다. 또한 한평생을 매실에 바쳐온 '매실 명인'이자 땅을 살리는 환경농법을 실천하는 농사꾼인 홍쌍리 명인의 자연과 어울리는 건강법과 매실을 담구는 요령과 밥상이 약상이 되게 하는 방법들이 시어 속에 녹아있으며 청매실농원의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보는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는 책이다.

겨울이 채 가시지도 않은 이른 봄이면 전국 방방곡곡에서 매화꽃을 보러 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섬진강 청매실농원을 일궈온 홍쌍리. 매실 명인으로 널리 알려진 홍쌍리는 자연건강법의 전도사이기도 하다. 이 책은 평생을 매실과 함께 살아온 식품명인 1호로 지정받은 매실명인 홍쌍리의 인생역경이 고스란히 담긴 시집이다.

홍쌍리 명인은 머리말에 이렇게 썼다.

"24살 가시나는 외로운 산비탈에 홀로 핀 흰 백합꽃처럼 살기 싫어서, 사람이 보고 싶고 그리워서, 섬진강 새벽안개 솜털이불 덮어놓은 듯 아름다운 이곳에 매화나무 잔뜩 심어놓고, 5년이면 꽃이 피겠지 10년이면 소득이 있겠지 20년이면 세상사람 내 품에 다 오겠지, 도시 가시나라고 못할 게 뭐 있는데, 농사는 작품 자연은 천국 꽃물결 사람물결 일 년에 수백만 명씩 방문하시는, 천사들 꽃같이 활짝 웃고, 아름다운 꽃향기 가슴 가득 담아가서 행복 하시라고, 저 악산을 꽃 천국 만드느라 인간 불도저로 살아온 홍쌍리는, 매화꽃 심고 가꾸다 죽어서도 거름 밥이 되어, 내 딸 매화꽃 에미가 될 것입니다."

매화마을이 된 청매실농원은 "사람들 오면 어둡고 괴로운 마음을 섬진강에 다 띄워 보내고, 온 산천 가득 핀 매화꽃들을 보며 활짝 웃게 하고 싶다"는 홍쌍리의 소박한 꿈에서 시작되었다. 잘나가던 24살의 부산 가시나 홍쌍리는 60여 년 전 밤나무 가득한 촌으로 시집와 혹독한 시집살이 속에서도 그녀를 위로했던 것이 시아버지가 일본에서 들여와 드문드문 심어놓았던 매화나무였다. 매화를 딸, 매실을 아들이라 칭하며 외로움과 고통을 달래던 호기심 많은 홍쌍리는 매화에 꽂혀서 시댁 식구들의 모진 질책에도 밤나무를 조금씩 베어냈다. 그그 자리에 매화나무를 심은 것이 봄이면 수 십 만 명이 찾아오는 오늘의 청매실농원이 만들어진 것이다.

홍쌍리 명인은 다음 날이 되면 아직도 제일 먼저 일어나 새벽부터 해가 질 때까지 일을 손에서 놓지 않고 산을 오르락내리락 한다. 그리고 아직도 몸서리쳐질 만큼 고생스럽던 나날의 이야기, 자신에게 힘이 돼주었던 꽃들을 보고 흘렸던 눈물들을 시로 썼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을 '행복한 농사꾼'이라 일컫는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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