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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의 경계에서, '엄마'를 소환하다

by 조덕진 mdeung@srb.co.kr 입력 2020.07.14. 19:44 수정 2020.07.14. 19:48
희생과 헌신 너머 당신은 누구인가
40-50대 여성작가들이 그린 '엄마'
'13인의 엄마 이야기'
갤러리 생각상자 오늘부터
주홍 작 ‘엄마의 정안수’

코로나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묻는 이때 목이 메이게 그리운 이는 누구인가.

코로나로 그리운 이들 만나기가 조심스러운 4월 어느날, 50대 여성 넷(주홍·나선희·심명자·윤미경)이 차를 마시다 친구 엄마의 부고를 듣는다.

엄마의 물건을 못버리는 사연에서 엄마의 치매, 딸과의 소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중년의 여성들은 엄마 이야기를 나누다 상실감에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그림, 동화, 편지,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분야의 여성작가들이 '엄마이야기'를 대중과 공유해보자 나섰다.

15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갤러리 생각상자에서 선보이는 '13인의 엄마 이야기'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노정숙·남궁윤·류미숙·이선영·전혜옥·정정임·조미화·주라영·주홍 등 작가들과 전직 아나운서이자 사업가 나선희, 작곡가 승지나 동화작가 심명자, 동화작가 겸 화가 윤미경 등 40∼50대 여성들이 주연으로 참여했다.

오랫동안 비워 둔 시골집 다락방을 정리하고, 잊고 지낸 엄마의 아름다운 기억들을 재생시켰다. 작품과 함께 손편지 한 장씩을 써서 가져오기로 했다. 마음을 담아 엄마에게, 딸에게 쓴 편지를 낭송하고, 작곡가는 딸이 쓴 편지에 작곡한 노래를 부른다.

승지나 작곡, 딸 은혜인씨 작가 '엄마는 원래 엄마인줄 알았어' 악보

이번 전시에서는 남평 드들강에서 만들어진 '엄마야 누냐야' 원곡을 승지나 작곡가가 복원해 함께 부르고 위안부 소녀들을 위한 창작곡 '누나야 소녀야'도 선보일 계획이다.

류미숙 작가는 평생 식당운영으로 자식 키우고 그릇만 남겨두고 가신 엄마를 이야기한다. 여행 한번 제대로 가지 못하고 일만하다 그릇으로 남은 엄마. 그걸 차마 버리지 못하고 바라만 보다 그 그릇들에 그림을 그렸다. '엄마의 밥상'. 주홍 작가의 '무등산 어머니'는 우리 엄마들의 보편의 얼굴을 담아냈다. 육남매를 키우며 아이들 잘되게 해달라고 정한수 떠놓고 무등산 향해 지극정성으로 빌던 엄마. 오늘 내가 이렇게 살아있는건 엄마의 지극정성의 모습이 아닐까.

노정숙 작가는 10년도 넘게 살피지 못한 엄마의 시골집을 찾는다. 엄마의 그림자는 다락방에 가득했다. 엄마의 손길이 담긴 수예작품, 베갯잇 등 엄마의 흔적들을 새롭게 발굴해 와 설치작품으로 선보인다. 정정임 작가는 결혼 때 엄마가 만들어준 베갯잇을 작품을 내놨다. 딸의 행복을 비는 수복강녕(壽福康寧) 등을 새겨넣은 베갯잇은 조형적으로 너무 아름다워 그 자체를 작품으로 내놨다. 윤미경 작가는 50인의 엄마를 화폭에 담고 엄마가 쓰던 재봉틀, 그림, 편지글까지 설치작품으로 선보인다.

작곡가 승지나씨는 미용사셨던 엄마와 음악하는 딸 등 3대가 작품을 만들어낸다. 함께 사진을 찍고 딸이 쓴 글을 작곡해 엄마에게 바치는 식이다. 주라영 작가는 포옹하는 인간의 형상을 엄마의 사랑이 흘러내리는 느낌의 조소로 표현했다. 엄마의 지극한 헌신과 사랑 외에 무엇을 말하랴.

13명의 작가들이 각가 엄마에게 부치는 손편지는 나선희 씨가 낭송한다.

노정숙 작가 어머니의 수예작품

주홍 작가는 "3개월간 전시 준비하며 우리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됐다"며 "엄마의 삶을 그렇게 깊이 들여다본적이 없었다는 놀라움과 함께 한 인간으로서 놀라운 지혜가 엄마에게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고 말한다.

모두 남탓하고 시시비비를 가르는 시대에 우리 엄마들이 품어준 넓은 품은 엄마의 존재를 다시 생각케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주 작가는 "엄마 이야기는 끝없는 표현이 가능한 세계"라며 "모두 엄마의 딸이었다. 그 교집합은 위로하고 품어주는 공감의 영역이었고, 딸을 둔 엄마들도 성숙한 자신을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코로나19로 정식 오픈식은 하지 않고 14일 프레오픈으로 작가들이 모여 '엄마수다'라는 퍼포먼스를 했다.

전시는 다음달 12일까지.

조덕진기자 mdeung@srb.co.kr·김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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