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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에 한 번 '중국어 선생님'…부구청장의 색다른 소통

입력 2020.10.21. 17:30
중국어회화 수업·도시락 점심 등
김일융 부구청장, 직원 소통 눈길
김일융 서구부구청장과 그의 중국어수업을 듣는 직원들이 다음 수업부터 배울 회화책 하(下)권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중국어가 배우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싶어 수업을 시작했는데 직원들과 소통까지 잘되니 일석이조입니다."

21일 오전 8시 광주 서구청 2층 정보화실에서 쉴 새 없이 중국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김일융 서구 부구청장(부이사관)은 지난 5월부터 매주 1~2회, 오전 8시부터 오전 9시까지 서구청 중국어선생님으로 깜짝 변신한다.

이날도 직원 10여명이 중국어수업을 듣고 있었다. 이른 시간이라 피곤할 법도 했지만 직원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질문에 답하며 부지런히 중국어를 읽고 썼다.

김일융 서구부구청장이 21일 오전8시께 직원들을 상대로 중국어수업을 하고 있다.

김 부구청장은 문법을 곁들인 회화 중심의 수업을 진행했다. 특히 새로운 한자가 나올 경우 암기보다는 직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역사·문화에 대한 설명을 곁들인다. 예를 들어, 교자(餃子, 만두)가 나온 문장을 설명할 때는 만두와 관련된 중국 문화를 함께 설명한다. 교자의 교(餃)는 먹다(食)+바꾸다(交) 두 글자가 합쳐진 한자로, 해가 바뀔 때마다 만두를 먹는 중국 풍습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이날은 회화책 상(上)권을 마무리한 날이기도 했다. 직원들은 다음 수업부터 배울 회화책 하(下)권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각오를 다졌다. 직원들은 '씬쿠러(辛苦了, 수고했다)' 인사를 남기고 각자의 부서로 돌아갔다.

김 부구청장은 지난 2014년 중국어의 매력을 처음 알게 됐다. 그는 중국의 한자음과 우리말 한자음이 70% 이상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조금만 노력하면 쉽게 중국어를 익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일융 서구부구청장이 21일 오전8시께 직원들을 상대로 중국어수업을 하고 있다.

그는 광주시 문화관광체육정책실장으로 지역의 문화·관광·체육 행정을 일선에서 진두지휘하다가 급기야 2016년에는 1년여 간 중국으로 국외연수를 떠난다. 베이징 어언대학교에서 현지 생활을 하며 중국어를 익혔다. 중국어시험(HSK)에서는 가장 높은 등급을 받은 실력자기도 하다.

김 부구청장은 "중국어를 어렵게만 생각하는 선입견을 깨트리고, 직원들이 중국어를 재밌고 유익하게 배울 수 있도록 내가 아는 것들을 나누고 싶어 수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김 부구청장은 중국어를 통해 직원들과의 소통도 자연스럽게 활발해졌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도시락으로 끼니를 떼우며 공통 취미인 중국어에 대해 토론하고, 직원들은 고충도 스스럼없이 털어놓는다. 이 시간 만큼은 부구청장과 직원이라는 뚜렷한 상하 관계가 아닌 선배로서 후배들과의 자연스러운 소통의 시간을 갖고 있다.

중국어 수업을 듣는 고순남 직원(고령정책과)은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중국어를 가까운데서 접할 수 있어 너무 좋다. 부구청장님이 워낙 열정적으로 수업해주는 덕분에 재밌게 잘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희기자 pleasur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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