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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농촌 쓰레기

@선정태 입력 2021.11.28. 16:12
선정태 취재3부 부장대우

농촌하면 떠오르는 것은 잘 정비된 논 혹은 이상의 말처럼 권태롭기 그지없는 녹색으로 둘러싸인 자연을 생각한다. 농촌은 자연과 같은 말이고, 녹색 풍경이 펼쳐져 생명과도 직결되는 곳이기도 하지만, 조금만 더 깊게 들어가보면 이와 정반대로 농촌답지 않은 모습이 넘쳐나는 곳이기도 하다. 이는 농촌 체험을 위해 방문했던 도시민들도 하루 이틀 생활해보면 이런 점을 금방 알 수 있다.

농촌의 현실 중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농촌의 쓰레기 문제다. 농가 주변은 물론이고 논밭이나 하천, 도로변 곳곳에 쓰레기가 넘쳐난다.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우선 쓰레기 수거체계가 잘 갖춰지지 않았다. 농촌의 쓰레기는 도시와 달리 마땅한 처리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아 태우거나 아무데나 방치하는 경우가 있다.일부 지자체는 쓰레기 무단 투기 현장을 잡겠다고 자주 버리는 곳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지만, 그 곳이 아니더라도 버릴 곳은 넘쳐 난다. 무단투기를 잡겠다고 감시카메라를 설치하지만, 풍선효과로 카메라가 있는 곳을 피해 다른 곳에 버리면 그만이다. 그렇다고 모든 곳에 카메라를 설치할수도 없는 상황이다.

농촌 주민들의 '아껴 쓰고 다시 쓰는' 절약정신도 쓰레기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다. 고령의 어르신들은 구입한 물건 하나 쉽게 버리지 못하고 알뜰하게 재사용한다. 재활용의 달인들인 셈이다. 물건이 귀할 때는 삶의 지혜였던 일이지만 값싼 물건이 넘쳐나면서 의미없는 일이 됐다.

농사에 쓰이는 비닐도 큰 문제다. 고추밭의 멀칭 비닐은 걷을 힘도 없다. 예전에는 공터에 모아서 태웠지만, 지금은 주변 눈이 무서워 집에만 쌓아놓기 일쑤다.무엇보다 농촌 쓰레기 문제 해결에 가장 큰 걸림돌은 수거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쓰레기를 모아 버리고 싶어도 수거하는 장소나 횟수가 한정돼 태우거나 몰래 버리고, 방치하는 원인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보성군이 묵혀둔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나섰다. 주민들은 비용이 겁나 처리하기 어려웠던 쓰레기들을 걷어내고 대청소까지 할 수 있게 돼 대환영했다. 청와대는 쉽지 않은 문제를 처음으로 추진한 보성군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곧바로 부작용이 터졌다. 이 소식을 들은 다른 지역 사람들이 수고롭게 부모나 가족, 친척이 있는 보성으로 와 골치앓던 쓰레기를 던져두고 가버린 것이다. 보성군은 난처해졌다.

쓰레기는 곧 돈이다. 쓰레기를 만드는데도 돈이 들어갔고, 쓰레기를 버리는데도 돈이 들어간다.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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