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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쟁취 나선 대학 미술패, 30년 만에 해후

입력 2021.11.23. 18:18
남미연 '응답하라 1988-2021'
12월 1~19일 5·18기록관 전시실
이철규·박승희 열사 영결식 걸개
'민족해방운동사' 6월 항쟁 등 제작
주요 공동작품 사진·활동 아카이브
회원 최근 작품 40여점 함께 선봬
1988년 남미연 회원들. 뒤로 보이는 걸개는 이돈명 조선대 총장 취임식에 쓰였던 작품이다.

87년 6월 항쟁 이후 민주화에 대한 열망은 이곳저곳서 폭발적으로 터져나왔다. 민주화 투쟁이 활발하던 1980년대 후반, 광주와 전남 지역 또한 1980년의 아픔으로부터 이어져 온 울분이 사회 운동이나 학생 운동으로 분출됐다. 당시 사회의 지성으로 여겨지던 대학생들은 행동하는 지성에 대한 의식을 바탕으로 학생 운동을 통해 사회 변화에 동참했다.

이 학생 운동의 중심에는 미술패가 있었다. 민주화 현장에 쓰이는 걸개그림부터 만장, 깃발까지 모든 것을 그려냈다.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와 지원을 받았던 학생 미술패는 대학 밖의 사회 미술패 보다 훨씬 더 날 것의, 과감한 작품들을 제작해내는 등 이들의 내용물과 활동은 결코 '소소'하지 않았다.

1988년, 각 대학의 미술패는 광주전남지역대학미술패연합(이하 남미연)을 결성한다. 남미연은 민주화운동의 현장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며 청년 미술패로서의 역할에 몰두했다. 1988년 이돈명 조선대 총장 취임식 관련 대형 걸개그림을 시작으로 1989년 이철규 열사 영결식 걸개그림과 만장, 열사 영정도, 1989년 임수경 평양축전-민족해방운동사: 6월 항쟁 부분, 1991년 박승희 열사 영결식 걸개그림과 만장 등 수많은 현장에 작품을 남겼다.

최근 모인 남미연 회원들

현장에서 치열한 싸움을 이어가던 남미연은 문민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인 1992년 말, 민주화 세력이 점점 약화하는 분위기 속에 해체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남미연이 해체한지 30여년 만에 다시 뭉쳤다. '응답하라 1988-2021'전을 통해서다.

남미연은 해체했지만 이후로도 회원들은 서로 연락을 계속해서 주고 받았고 시간이 허락되면 만나기도 하며 인연을 유지해나갔다. 그러던 어느날 자연스럽게 전시 이야기가 나왔다. 남미연을 결성한지도 30년이 넘어가는데 남미연 출신끼리 작은 전시를 열어보자는.

1989년 이철규 열사 장례식에 쓰였던 걸개그림 '너희를 심판하리라'

처음에는 회원들의 현재를 보여주는 자리로 기획됐다가 남미연의 상징성을 고려해 전시는 확장됐다. 출신 회원들의 현재 작품에 더해 남미연의 공동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공동 작품 경우 대부분 망가지거나 사라져 당시 찍었던 사진 등을 1.5~1.8m의 크기로 출력해 선보인다. 또 남미연 활동 자료와 회원 인터뷰 영상 등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가 관람객들을 만난다. 이와 함께 전시되는 회원들의 작품은 남미연 활동의 연장선상이라기 보다 현재 자신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채워진다. 작품 수는 40여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미연 2기 의장으로 활동했던 김병하 그림책 작가는 "가슴 속에 간직하고 살았다가 전시를 하려고 하니 30년 전의 기억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오는 것을 보고 당시 우리의 활동이 나의 인생에서 결코 작은 부분이 아니었음을 느꼈다"며 "어떤 회원은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젊은 시절로 기억된다는 말을 했는데 나 또한 충분히 동의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는데 그것에 함께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며 그 시절 우리들의 흔적을 기록하고자 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1일부터 19일까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3층 전시실서.

1991년 박승희 열사 장례식에 쓰인 걸개그림

한편 남미연은 1988년 11월 광주교대 미술패 솟터, 전남대 그림패 마당, 전남대 미술패 신바람, 조선대 미술패 개땅쇠, 호남대 미술패 매 등 5개 미술패가 연합해 만들어졌다. 이후 1990년 광주대 미술패 불꽃, 목포대 미술패 돛대, 순천대 미술패 신명, 서강전문대 미술패 한울타리, 동신전문대 신새벽, 송원전문대 환쟁이, 보건대 미술패, 조대공전 미술패 아이랑 등이 제2기 남미연에 합류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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