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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질 풍경 앞에서 기억을 주워담다

입력 2021.11.26. 21:57
은암미술관 '새로운 과거, 지나온 미래' 12월 15일까지
계림창작공간 레지던스 결과물 전시
재개발로 사라져 가는 흔적 등 기록
지역 작가들과 외부 작가 시선 만나
엄수경 작 '계림동'

창 너머로 보는 풍경이 익숙한 탓에 많은 사람들은 그 풍경이, 그 일상이 당연하다 여긴다. 그러나 도시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낡은 골목과 집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구도심 동네 곳곳은 헐리고 없어져 새로운 풍경이 들어서고 있다.

계림동 또한 마찬가지다. 재개발 소식에 을씨년스러워진 동네는 위태롭다. 언제까지 이 풍경이 지속될지 모른다. 이에 5인의 예술가들은 몇달 간 계림동을 찾았다. 작고 낡은 집을 개조해 만든 창작공간에서 지내며 구도심의 풍경을, 오래된 공간을, 사라질 기억을 기록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고민했다.

이 결과물이 더 많은 사람을 만나 더 많이 기억되고, 새롭게 논의되고 있다. 은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새로운 과거, 지나온 미래'전을 통해서다.

오지현 작 '두루미의 탄생전' '두루미 스포츠 클럽' '쉬는 시간'

이번 전시는 은암미술관의 레지던시 프로그램 결과물전이기도 하다. 은암미술관의 레지던스 계림창작공간은 이름 그대로 계림동에 위치한다. 계림동 또한 현재 여러구역으로 나뉘어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거나 추진됐다. 계림창작공간 또한 90여년 된 한옥으로 계림동의 역사를 보고 서 있는 터줏대감이다.

이에 은암미술관은 해당 공간의 장소적 특성에 착안해 해당 지역에 대한 기억이나 흔적들을 예술작품으로 남기기 위해 이번 레지던스 프로그램 주제를 '구도심' '오래된 공간' '재개발' '사라진 기억'으로 설정했다. 여기에 모이게 된 작가들은 광주와 전남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1기 엄수경(사진), 윤남웅(한국화), 한희원(서양화)과 서울과 경기에서 활동하고 있는 2기 오지현(설치·회화), 이우현(설치) 등 5명이다. 1기는 5월부터 8월까지, 2기는 8월부터 12월까지 계림동에서 작업했다.

구도심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조사하고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도시재생 좌담회, 주민 커뮤니티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고 오픈스튜디오 등을 통해 이들의 기록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소통해나갔다. 서울, 경기 지역에서 온 젊은 작가들은 원주민들과의 활발한 소통을 위해 추억을 자극하는 '아이스케키'통과 달고나를 가지고 다니며 대인시장과 인근 동네 골목을 몇날 동안 쏘다니기도 했다.

윤남웅 작 '무각도'

이같은 과정 끝에 5인의 작가들은 저마다 추억할 수 있는 작품이나 새로운 시각의 작업물을 완성했다. 엄수경 작가는 계림동과 인근 마을을 다니며 주민들과 동네의 자연스럽고 다양한 모습, 재개발로 헐린 동네의 마지막 모습 등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윤남웅 작가는 구도심을 다니고 소통하며 느낀 것들을 수묵 추상에 담아냈고 한희원 작가는 철거하고 버려진 창틀 등을 활용해 옛 동네 풍경을 그려냈다.

오지현 작가는 자신의 시그니처 캐릭터인 두루미를 통해 외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광주와 계림동을 표현했으며 이우현 작가는 길에서 주운 쇠붙이 등을 하얀 한지 조각에 붙여 직접 시민들을 만나 그림이나 짤막한 소감, 서명, 이야기 등을 받아 흔적을 남겼다.

이다연 은암미술관 학예연구원은 "이곳에 익숙한 광주와 전남 작가들이 추억하고 이것으로부터 느낀 것을 담아낸 작품과 외부의 시선으로 새롭게 이 지역을 들여다 본 이들의 작품이 독특한 에너지를 만들어낼 것이라 생각한다"며 "잊혀져가고 사라져가는 구도심을 관람객과 함께 공유하고 기억하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우현 작 '흔적을 찾아서 - 流'

전시 부대행사도 갖는다. 다음달 7일과 14일 오지현 작가와 함께 하는 '두루미 달고나 만들기' 체험이다. 자세한 내용은 은암미술관 인스타그램이나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전시는 기간을 나누어 진행된다. 레지던시 1기 작가 작품은 30일까지 전시되고 2기 작가 작품은 2일부터 15일까지 선보인다. 이들의 전시 작품과 리서치 과정 전반은 영상물로 제작돼 은암미술관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된다. 일요일은 휴관한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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