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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식 인민재판 당했다는 그놈 만나겠소"

입력 2020.06.01. 14:42
고 김경철·김안부에 망언 광주 유튜버에
피해자 母 임근단씨 “너무 분하고 아프다”
“저도 가족이 있는지 애미가 있는지 보자”
5·18기념재단 “해당 영상 법적 검토”
지난 2018년 5월 18일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오월 광주, 정의를 세우다' 주제의 5·18민주화운동 38주기 기념식에 참석한 뒤 고(故) 김경철씨 묘소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청각 장애인 이었던 김경철씨는 계엄군에 폭행을 당해 숨졌으며 최초 사망자로 기록돼 있다. 뉴시스

"내 자식이 5·18 때 인민재판 당했다고 말한 사람 만나겠소. 만나서 돈을 얼마나 퍼먹고 그런 천인공노할 짓을 하는지 얼굴이나 보겠소. 너무 분하고 가슴이 아파서 그 사람 집구석 가서 지도 가족이 있는지, 애미가 있는지 보고 싶소. 지만원보다 더한 사람이오. 어떻게 광주 사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할 수 있소."

아들이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들의 인민재판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한 사람이 있다는 말을 전하자 어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분노를 금치 못했다.

1일 무등일보 기자가 통화한 사람은 5·18민주화운동 최초 희생자로 불리는 고 김경철씨의 어머니 임근단(89)씨다.

40년의 세월이 흘렀음데도 아들의 죽음이 극우 성향 유튜버에 의해 모독되고 있는 현실에 어머니는 망연자실해 했다.

1일 5·18기념재단 등에 따르면 광주 출신 극우 성향 유튜버 배모(30)씨는 지난달 18일 자신의 방송을 통해 고 김경철, 김안부 두 사람이 계엄군에 의해 죽은 게 아니라 시민들의 인민재판으로 죽었다고 말했다. 배씨는 자신의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자신의 5·18 왜곡을 지적한 유튜버 헬마우스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이같은 말을 했다.

배씨는 "계엄군이 죽였다는 기록 어딨어"라며 "미 국무부 자료는 인민재판이 열리고 있었으며 몇몇은 처형됐다고 했다. 우리쪽 주장은 폭도들한테 인민재판해서 다 뚜들겨 맞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두번째 희생자 김안부씨에 대해서도 "김안부 그 xx, xx는 실수에요 이분 인민재판해서 돌아가셨다고 xx야"라고 말했다.

배씨는 자신을 비판한 또다른 유튜버의 주장에 반박하겠다며 이같은 주장을 내놓았다. 이 과정에서 구독자들에 "여러분들 슈퍼챗(유튜브 후원금) 릴레이 쏴줘. 쏴줘야지. 이렇게 고생하는데"라며 모금을 독려했다.

고 김경철씨는 18일 오전 백일이 된 자신의 딸을 축하해주러 모인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오후에는 친구들과 일거리를 찾으러 나섰다. 충장로 제일극장 골목에서 나타난 3~4명의 공수부대원이 김씨의 머리를 내리쳤고 이 모습을 함께 있던 김씨의 친구 황종호, 박인갑씨가 목격했다.

광주지방검찰청 검시 조서에는 김씨가 5월19일 오전 3시 국군통합병원에서 사망했다고 기재됐다. 후두부 찰과상 및 열상, 좌안상검부 열상, 우측상지전박부 타박상, 둔부 및 대퇴부 타박상. 검시 조서는 김씨가 처참한 구타로 숨졌다고 진술돼 있다.

5·18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주영복 또한 1996년 열린 공판에서 "공수부대원들의 강경진압으로 김경철이 최초로 사망했는데 알고 있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19일 밤에 들었다"고 증언했다.

배씨가 '인민재판'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미 국무부 문서에 '광주 안의 상황은 통제권을 잃었으며 인민재판이 열리고 있었고 몇몇이 처형되었음'이라고 기재된 것이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미 국무부는 해당 보고에 대해 '확인되지 않았다'고 정정했지만 배씨는 이를 영상에서 언급하지는 않았다.

최용주 5·18진상조사위원회 과장은 "당시 미 국무부쪽에 정보를 전달하는 정보원 자체가 없었다. 인민재판 운운하는 부분은 계엄사 측에서 듣고 쓴 부분임이 명시돼 있고, 심지어 다음날 보고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이며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한다'고 정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5·18기념재단은 배씨의 영상에 대해 유가족들과 함께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

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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