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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첫 휴가…가족과 여행떠나요”

입력 2020.08.13. 14:40 수정 2020.08.13. 18:03
14일 ‘택배 없는 날’ 맞은 현장 분위기
20년간 연차·휴가 한 번 없이 일만 해
‘꿈만 같은’ 가족과의 날에 고단함 잊어
“코로나로 업무량 증가…개선 지속돼야”
12일 광주 동구 서석동에서 택배기사 정병덕(52)씨가 택배를 배송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가족들하고 여행간 게 딱 한번이에요. 가족사진도 온통 나 없이 찍은 것들 뿐이구요. 안타까웠죠. 가족들한테는 한없이 미안한 마음뿐이었어요."

폭우가 그친 후 땡볕이 내리쬐던 12일 광주 동구에서 만난 택배기사 정병덕(52)씨는 일만 하며 살아온 지난 20년간 가족과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날도 정씨는 정해진 시간 내에 택배 물량을 배달하려 새벽부터 나와 팥죽땀을 흘렸다. 매일같은 택배 전쟁에 단련된 그는 상자 예닐곱 개를 들고 빌라 계단을 서너개씩 성큼성큼 올랐으나 이내 거친 숨을 내쉬었다.

12일 광주 동구 서석동에서 택배기사 정병덕(52)씨가 택배를 배송하고 있다.

조금만 지체되더라도 '빨리 배달해 달라'는 고객들의 전화가 잇따르는 통에 정씨는 단 10분도 쉬지 못하고 배달을 이어갔다. 결국 이날도 점심을 걸렀다. 무더운 날씨에 잠깐 쉬고 싶어도 단 몇 분의 짬을 내기도 어려운 것이 택배 기사의 현실이었다.

이런 와중에 휴가를 내는 건 꿈도 꾸지 못했다. 하루를 쉬고자 해도 3명의 동료들에게 부탁을 해 일감을 나눠야 하는 형편이었다. 그렇게 20년간 일만 하느라 두 자녀의 졸업식도 가지 못했던 정씨는 14일 '택배 없는 날'을 맞아 꿈에 그리던 가족과의 휴가를 가게 됐다.

정씨는 "거제도 여행을 간다. 특별하지 않더라도 가족끼리 놀러 간다는게 어디냐. 항상 행복을 전하기만 했는데 나도 가족과 행복을 누릴 날이 오게 돼 꿈만 같다"며 부푼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12일 광주 동구 서석동에서 택배기사 정병덕(52)씨가 택배를 배송하고 있다.

또 "코로나19로 업무량이 배 이상 늘었다"며 "택배없는 날 지정으로 끝나지 않고 노동 여건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한편, 택배 업계는 노조와의 합의를 통해 28년만에 휴무일을 지정했다. 전국 주요 4개 택배사가 13일부터 접수를 받지 않고 14일 휴무에 들어간다.

우체국은 14일까지 꼭 필요한 소포와 택배만 접수받는다.

12일 광주 동구 서석동에서 택배기사 정병덕(52)씨가 잠시 더위를 피하고 있다.

김성희기자 pleasur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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