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 친 그 날. 75년 전에 이미 도래했지만 해가 갈수록 곡해되는 모양에 모두가 안타까움을 금치 못합니다. 올해 또한 이 날이 갖는 상징성에 기대 다양한 일들이 펼쳐질 예정입니다. 다만 그 일들 중 일부는 정쟁의 도구로 쓰일 예정입니다.
이 날 만큼은 태극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고와야 할 법. 그러나 최근 극우 패러다임을 뒤집어쓴 단체들이 태극기를 줄곧 이용해오면서 의미 퇴색이 진행중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몇몇 지역은 이들의 집회가 이어집니다. 코로나19로 모임이 제한됐지만 아랑곳않습니다. 서울에서만 22만명이 모일 예정입니다.
이 패러다임의 연장선은 '광복절 특별사면' 카드를 운운합니다. '국민대통합'이라는 명분 아래 광복절을 맞아 국정농단 주범들을 석방시켜야 한다는 것. 일부 주범들이 미결수인 상황이라 어려운 점도 있지만, 현 정부 들어 광복절 특사가 진행된 적은 없었다는 점과 맞물려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75년 전 내일은 온 국민이 대통합을 이뤘던 날이었습니다. 75년 내일은 또다른 분열이 펼쳐질 전망입니다. 언제쯤 우리는 '광복절'로 말미암은 참 뜻을 기릴 수 있을까요. 답답한 마음을 안고 태극기를 꺼내봅니다. 쌓인 먼지가 미안하면서도 또 야속합니다.
이영주기자 lyj2578@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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