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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 '옐로우시티', 미래를 디자인하다⑥] 향토색 입은 북하면

입력 2021.06.16. 15:50
북이면이 고흐색이면 북하면은 향토색
‘영희와 철수’ ‘곶감과 호랑이’ 등 스토리
약수·학림·화룡·중평마을 4色 벽화들
가을 축제 때면 가장 북적거리는 동네
장성 북하면 백양사 입구의 노란색 건물들. 장성군은 북하면 약수리 일대 단위 마을의 허름했던 간판과 낡은 외벽을 벽화로 조성하는 ‘옐로우 디자인’을 통해 아름다운 경관을 조성했다. 임정옥기자 joi5605@srb.co.kr

'순박하고 따듯한 삶'이 있는 북하면 옐로우시티.

장성 북하면은 유서 깊은 산사 백양사 초입에 있다. 가을이면 북하면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북하면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이 약수초등학교다. 북하면의 중심에 자리해 마을을 굽어본다. 학생 42명이 전부지만 100년 전통의 학교다.

신록의 뒷산을 배경으로 푸른 잔디구장에 일곱 색깔 무지개 교정에 들어서면 무슨 동화 속 학교에 온 듯하다. 아기단풍이 산들거리는 교정을 걷다 보면 대한민국 가장 아름다운 학교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초등학교를 끼고 4곳의 마을이 서로 옹기종기 머리를 맞댄다. 북이면 반고흐 마을이 서양 화가를 내세워 이국적인 것을 강조했다면 북하면의 4개 마을은 향토색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약수와 학림, 화룡, 중평 4마을이 저마다의 사연을 담은 벽화들로 장식돼 있다.

장성의 주요 관광 명소인 장성호 수변길 일부와 백양사가 속해있는 북하면 약수마을에서 주민들이 ‘철수와 영희의 약수 이야기’ 스토리 벽화를 보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srb.co.kr

노란 카페, 노란 슈퍼, 노란 택시 등... 노란색 잔치다. 이곳에 옐로우를 입히기 시작한 지 7년째지만 시골 마을에 부산함은 없다. 오직 편안함과 느긋함만이 힐링을 느끼게 할 뿐이다. "주민들의 뜻에 따라 마을 이야기를 벽화로 그리겠다"는 장성군의 설득에 주민들은 하나 둘 호응하기 시작해 지금의 '4색마을 스토리 로드'가 탄생했다.

70~80년대만 해도 북하장은 인근 북상, 북이, 담양, 순창에서 까지 사람들이 몰려드는 꽤 큰 장이 들어섰으나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그런 곳에 노란색 마케팅을 심겠다고 달려든 장성군의 노력이 가상하다. 그 결과 지금은 가을 축제 때면 가장 북적거리는 동네가 됐으니 이것도 컬러 마케팅이 낳은 또 하나의 작품이다.

곳감마을로 불리는 장성군 북하면 중평마을에 호랑이와 곳감 을 표현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srb.co.kr

◆약수마을 '50~60년대 그시절 그때로'

약수마을과 학림, 화룡, 중평 4개 마을 스토리는 누구나 들옛 이야기 넘실대는 북하면 4色 마을었던 우리네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영희와 철수', '베짜는 학', '구렁이 이야기', '곶감과 호랑이'등 추억여행으로 꾸며졌다. 북이면에서 반 고흐를 만나 서양 미술에 흠뻑 취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들어서는 느낌이다.

어느 고을마다 내려오는 이야기는 있다. 장성호와 백암산, 백양사, 남창 계곡 등을 품고 있는 북하 마을에 전설이 없다면 되려 이상할 것이다. 약수 마을은 예부터 물이 좋은 고장이었다. 풍광마저 뛰어났으니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늘 마음에 품은 곳이 약수다.

약수마을 고샅 벽화는 고향을 떠난 사람들에게 다시 오라는 스토리를 담았다. 50~60년대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에게 다시 돌아와 살라는 염원을 품고 있다. 그 옛날 담뱃가게 아저씨도 만날 수 있고 오래된 이발소와 미용실이 아련한 추억을 불러온다. 교복 입은 남녀가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있고 야트막한 양철 지붕 할머니가 집나간 아들을 기다리는가 하면 소들이 머리를 삐죽이 내밀고 쇠죽을 먹고 있는 모습이 영축없이 예전 시골 마을이다. 시골 마을 스러진 벽을 외양간으로 변화 시킨 아이디어가 미소 짓게 한다. 적어도 약수마을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칠 걱정은 없다.

조형물 '영희와 철수'가 나란히 앉아있는 약수마을 약수상회 앞. 임정옥기자 joi5605@srb.co.kr

◆학림·화룡·중평마을 고샅길에 구전동화

학림마을은 수령 400년 느티나무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학림마을의 벽화는 민화 같은 분위기다. 예전 학림마을에는 학이 많았다고 한다. 고고한 학의 자태를 한 학 그림이 마을 분위기를 한껏 띄운다. 학림마을 학은 '베짜는 학'이다. 무병장수의 상징 학이 수호신 역할을 하더니 최근에는 학림마을을 알리고 있으니 이래저래 고마운 학이다.

그 옆 마을이 화룡이다. 용이 왠지 장난꾸러기 같다. 승천은커녕 그냥 동네에 눌러사는 용이다. 어쩌면 화룡에 어울리는 용이다. 길 걸너 중평 마을은 '곶감과 호랑이'를 등장시켜 이곳이 곶감 마을임을 알려 주는 역할까지 해낸다. 북하면 4색 골목 여행은 마을 스토리를 마케팅화 해 아련한 추억을 자극하는 오감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회색빛 새뜰마을 이젠 노란 꽃물결

북하면 마을이 시골의 순박한 정서를 드러낸다면 읍내 새뜰마을은 인위적인 것을 가미해 주민 정서를 바꿔 놓고 있다. 한때 새뜰마을은 노후 주택이 밀집해 재해가 끊이지 않는 마을의 대명사였다. 그런 마을에 노란색 꽃물결을 수놓아 마을과 꽃이 조화를 이루게 했으니 옐로우시티는 전적으로 마을 주민 차지다.

새뜰마을 옐로우는 "주민이 행복해야 한다"는 정신에 충실하다.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 주민 스스로 옐로우시티를 이끌어간다는 자부심이 성공 포인트다. 마을에 들러 서면 "이곳에 사람이 살고 있어요"라고 외치는 것 같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새뜰마을 전체가 하나의 정원처럼 잘 정비 돼 있기 때문이다. 나무 하나에도 주민의 정성이 느껴진다. 벽화와 담장 밖 식물이 삶의 격조를 한껏 드높인다. 자연과 벽화가 결코 따로 놀지 않는다. 이런 마을에 주민 자부심이 왜 없겠는가.


◆매달 심는 꽃 한 송이, 마을 변화

장성하면 떠오른 이미지가 있다. 항상 뭔가 앞서간다는 분위기다. 지식 정보화 사회서 남보다 먼저 생각하고 실천한다는 것은 중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실천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장성에 오면 얘기는 달라진다. 옐로우시티 탄생도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옐로우시티 사업의 성공도 처음부터 주민과 함께 한다는 정신이 꽃을 피운 사례다.

장성군은 옐로우시티 추진 초기부터 역할과 기능을 나눠 군민을 참여시켰다. 생소하기만 한 컬러마케팅 마인드를 관이 이끌었다면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2014년부터 65억 원을 투자해 마을 재생사업을 이끌고 있는 북하면 안보현 면장은 "2천 200여명의 순박한 북하면 주민들이 마을이 바뀌면서 행복해하는 것이 고맙다"면서 "특색 없이 버려지다시피한 회색빛 낙후의 상징 시골집 벽들이 화사한 색깔로 변하면서 주민들도 대단히 만족해 한다"고 주민 삶에 스며든 옐로우시티 사업 성과를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다.

장성군의 옐로우시티는 현재 진행형이다. 장성군의 미래 비전은 '향기 나는 옐로우시티'다. 장성 주민은 매월 1일은 꽃을 심는 날이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면 꽃에 감사하며 한 달을 끝맺음 한다. 실제 장성군은 매월 1일을 '우리집 노란꽃 심는 날'로 지정했고 말일에는 '노란색 상징 고흐 그림 보는 날'로 지정 했다. 주민 삶의 격조를 한 단계 높여 보자는 의도다. 장성 군민은 집집마다 왠만하면 개인 화단을 가꾼다. 그런 한사람 한사람의 정성이 모여 지자체 최초 실험 옐로우시티가 힘을 발휘하기 시작 한 것이다. 


"옐로우시티 사업, 결국 주민 행복이 목표"

최영호 미협 지부장 

"옐로우시티 사업으로 군민이 색과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미협 장성지부 지부장을 맡고 있는 최영호씨의 옐로우시티 사업 평가다. 그녀는 장성군이 펼치고 있는 옐로우시티가 어려움을 딛고 성공적으로 정착해가는 데는 "군수를 비롯한 공무원과 지역 주민, 예술인등이 참여해 변화를 이끌었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그는 "옐로우시티 사업도 결국에는 주민 행복이 목표 아니겠느냐"면서 "황룡강 등 지역 곳곳이 바뀌는 것을 직접 체험하면서 주민 삶의 모습도 많이 바뀌었다"고 덧붙인다. 장성역 앞 우리동네 미술관에서는 현재도 '따뜻한 마음을 그리다'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그는 장성 미술인들의 공공프로젝트에 대해서 "지역자원을 활용해 지역스토리를 만들어 일상에서 주민과 문화적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공공프로젝트 방향을 설명했다. 최 부장은 방치된 기차를 명실상부한 전시장으로 탈바꿈시킨 장성의 명물 '기차갤러리 우리동네 미술관'의 탄생에도 상상력과 실험정신이 배어 있음을 강조했다. 장성역 기차갤러리는 장성을 상징하는 기념물로 점차 부상중이다.

나윤수기자 nys2510857@srb.co.kr·장성=최용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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