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문씨 문자 논란 속 “5·18유족들은 고개도 못들어”

입력 2021.06.16. 17:25
참사 연루 의혹 문흥식 전 5·18단체 회장
코로나 검사서 발급 등 치밀한 도피 준비
구속부상자회에 “사죄, 경찰 조사 받겠다”
회원들 “이렇게 조리있는 글 쓸 사람 못돼”
지난 2018년 10월 31일 재개발조합 고문으로 활동한 것으로 추정되는 조직폭력배 출신으로 알려진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문흥식씨가 조합 사무실에서 나오고 있다. /독자 제공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재개발지역 철거 건축물 붕괴 사고와 관련,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이권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문흥식씨가 참사 4일 만에 해외로 출국한 가운데 치밀하게 준비한 정황이 포착됐다.

특히 하루 이상 걸리는 코로나19 음성 유전자증폭(PCR) 검사서를 미리 발급 받았고,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되기 하루 전 출국 가능한 미국행을 택해 의구심을 낳고 있다.

이에 문씨는 5·18 구속부상자회원들에게 성실히 조사를 받겠다는 사과문을 발송했지만 진위 여부 역시 불투명하다.

16일 광주경찰청 수사본부 등에 따르면 재개발지역 철거 건물 붕괴 참사가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 이권에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문씨가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씨는 경찰 입건 하루 전인 지난 13일 미국 시카고로 출국했으며, 현재 수사팀과 연락이 닿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문씨의 귀국을 설득 중이다.

코로나 상황에서 해외로 출국하기 위해서는 코로나 음성을 확인할 수 있는 PCR 검사서가 필수다. 검사서는 검사 후 하루 정도 지나야 발급이 가능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문씨가 미국 도피를 위해 미리 코로나 검사를 받고 PCR 검사서를 발급받는 등 사전에 해외 도피를 준비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 문씨가 5·18 구속부상자회원들에게 보낸 사과문의 진위 여부도 논란이다.

그는 15일 5·18구속부상자회 회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저는 5월과 관련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월에서 떠날 것을 동지 여러분에게 알려드린다"면서 "그동안 저로 인해 상처를 받거나 불편하셨던 동지들과 부족한 저를 믿고 함께해 주셨던 동지들에게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학동 건물 붕괴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많은 분들의 영전에 머리 숙여 애도를 표한다"며 "사실 여부를 떠나 저와 관련한 보도로 인해 동지 여러분과 5월에 형언할 수 없는 상처를 드리게 되었음을 참담한 심정으로 사죄드린다. 향후 사법당국의 수사가 진행되면 명백히 밝혀질 것이며 저도 가까운 시일 내에 저와 관련된 모든 사항에 대한 조사에 성실히 임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구속부상자회 한 회원은 "문씨가 그렇게 글을 조리 있게 쓰는 사람이 아니다"며 "미국에 있더라도 본인이 직접 작성해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되는 것이다. 신원 불상자가 보낸 사과문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회원은 "문씨를 본 것은 해외로 출국하기 하루 전이었다. 그는 12일 오후 구속부상자회 사무실을 방문해 본인에게 필요하거나 불리한 자료를 가지고 도망갔다"며 "이는 명백히 해외 도피를 위한 하나의 사전 단계였을 것이다. 문씨로 인해 5·18 유족들이 고개를 들고 거리를 돌아다닐 수 없게 됐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팀과 문씨와 연락이 닿고 있다"며 "공정하고 신속하게 수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찬기자 jck41511@srb.co.kr

#이건 어때요?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

사회일반 주요뉴스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