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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간 휴식도, 물 한모금도 없다 '불볕의 노동들'

입력 2021.07.23. 17:21
[르포ㅣ폭염수칙 지키지 않는 근로 현장]
무더위 옥외작업 중단·충분한 휴식 시간
온열질환·사고 예방 수칙 사업주들 외면
택배기사도 엉덩이 붙일 시간 없이 배송
"근로환경 권고사항 아닌 법적 보장 필요"
폭염특보가 지속된 가운데 광주 동구 한 건설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쉬지 못하고 근로를 이어가고 있다.

#1. 지난달부터 주택 개보수 작업장에서 일용직으로 근무하는 A(46)씨는 최근 장마기간을 제외하고 단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 공사현장은 그늘 하나 따로 없다. 햇볕 아래에서 10분만 서있어도 땀이 온 몸에 흐르지만 물 한모금 마시려고 잠시 자리를 벗어났다가는 현장 관리자에게 따끔한 충고를 듣는다. 일을 하지 않으면 생계가 막막한 A씨에게 하루 중 가장 많이 쉴 수 있는 시간은 점심시간뿐이다.

#2. 택배노동자 B(39)씨는 이동하기 위해 차량에 탑승한 시간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쉬지를 못한다. 특히 B씨가 주로 담당하는 구역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미만 건물들이 가득한 이른바 '원룸촌'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일대 물건을 배달해주고 차량에 탑승하면 운전대를 잡은 손바닥까지 땀 범벅이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늘어난 배달량을 제 시간에 배송하기 위해서는 잠시의 휴식시간도 그에게는 사치다.


연일 폭염특보가 이어지고 있지만 일선 근로 현장은 온열질환 예방 기본수칙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최근 광주고용노동청 등에서 '열사병 예방 수칙 준수'를 당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일손 부족 등을 이유로 근로자들의 휴식시간 보장도 제대로 안되고 있다.

이에 건설노조 등 단체들은 정부의 지침과 현장에서의 상황이 다르게 움직인다며 명확한 기준을 제시, 근로자의 휴식시간 보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3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과 민주노총 등에 따르면 사업주는 매일 시간별로 예보되는 날씨와 특보를 확인,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일 때 무더위 시간대(오후 2시~오후 5시)에는 옥외작업을 중지하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일 때에는 옥외작업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사업주는 또 폭염특보가 발령됐을 때 1시간마다 10~15분씩 규칙적으로 휴식시간을 제공해야 하고, 고혈압 등 기저질환 유무를 계속 확인해야 한다. 사업주는 또 휴식 장소를 옥외 작업장과 가까운 곳에 햇볕을 완벽히 가리고 시원한 바람이 통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의 그늘이 있는 곳으로 지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 지침을 지키는 곳은 일부 대형건설회사 공사 현장이거나 관공서가 발주한 현장뿐이다. 대부분의 공사현장에서는 휴식시간을 보장 받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열사병 예방 3대 기본수칙 이행 가이드. 광주고용노동청 제공

폭염과 사투를 벌이는 일터는 건설현장뿐만이 아니다. 택배노동자들도 늘어난 물량을 소화하느라 잠시의 휴식시간도 사치로 여기고 있다.

건설노조 송성주 사무국장은 "휴게시간 보장은 권고사항일 뿐 사업주가 지키지 않더라도 폭염으로 인해 근로자가 죽는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어떠한 처벌도 기대할 수 없다"며 "물 한 모금, 단 10분의 휴식시간조차 보장되지 않는 것은 공기단축이 이유인데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광주시와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택배노동자 양모(46)씨도 "코로나19로 택배 물량도 늘었지만 택배 품목이 가공품에서 식료품으로 바뀌면서 신선한 상태로 배송하기 위해 쉬지 못하고 근무하고 있다"면서 "게다가 택배노동자는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사망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회사 측의 책임이 전혀 없다. 이를 보완할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광주노동청 관계자는 "오는 9월까지 실시하는 모든 지도·점검·감독시 안전모, 안전대 등 보호구 지급 및 착용 여부와 함께 열사병 예방수칙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다"며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즉시 시정토록 하고, 시정이 안될 경우 행정·사법처리 등 강력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내년 1월 27일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중대산업재해의 직업성 질병에 업무에 기인한 열사병도 포함됐다.

또 지난 21일 기준 광주 14명, 전남 46명이 온열질환으로 병원을 방문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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