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내놓는 물건 많고 사가는 사람 없고 '중고 불황'

입력 2021.09.17. 14:09
[중고시장 줄폐업 위기]
'불황에 번창'도 옛말···매출 40%↓
온라인에 밀리고 소비자간 직거래
업체 거래는 급감 "문 닫아야하나"
광주 동구에 위치한 한 중고물품 판매업체 입구에 집기들이 쌓여있다.

"저기 가득 쌓여있는 중고물품 보세요. 물건이 들어오면 뭐 합니까. 나갈 생각을 안 하는데…."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 불황에 불경기일수록 사업이 번창하는 특징을 가진 중고거래 시장조차 맥을 못 추기고 있다. 코로나라는 악재 속에서 가게 문을 닫는 지역 자영업자들이 잇따르면서 중고물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지만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22일 오후 광주 동구 한 중고물품 판매 업체.

광주 북구 한 중고물품 판매업체 입구에 선풍기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들이 한데 모여있다.

입구를 찾기 어려울 만큼 매장 앞에는 대형 냉장고와 에어컨 실외기, 의자, 서빙카트 등 온갖 집기들이 즐비했다. 매장에 들어서자 겨우 성인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정도의 통로 사이로 소형부터 대형까지 다양한 크기의 냉장고와 에어컨, 세탁기 등 중고가전제품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가게 내부에는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중고물품들이 쌓여 있었지만 이를 구입하려는 손님은 뚝 끊긴 상태다.

이처럼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탓에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중고물품 단가를 낮추고 있는 실정이다. 예년 같으면 한 달을 주기로 중고물품들이 판매됐지만 최근에는 3~4개월은 족히 걸리는 탓에 단가를 내리는 등 마진을 줄여서라도 판매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 이전에는 70만원 선에서 거래되던 냉장고가 최근에는 40만~5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곳 업주 A씨는 "폐업하는 식당들이 늘다 보니 자연스레 업소용 중고물품도 코로나 이전에 비해 두배 이상 들어오고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어 계속 쌓여만 가고 있다"며 "예전 같으면 괜찮은 중고물품이 나오면 바로 매입했는데 이젠 들일 공간도 없고 판매도 부진하다보니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광주 북구에서 중고물품을 판매하는 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 중고물품 판매업체 업주 B씨는 "경기가 어려울수록 중고거래 시장이 활성화될 거라는 건 일반적인 생각"이라며 "오히려 불경기가 이어질수록 중고물품일지라도 그 가격에 대한 부담감에 거래량이 감소한다"고 한숨 지었다.

경기 위축에 따른 창업 감소와 온라인 시장의 성장에 따른 중고거래 플랫폼의 강세도 원인으로 꼽힌다. 중고물품 거래의 큰 손인 창업시장이 감소세에 접어들면서 중고 가전 제품을 찾는 발길이 뚝 끊겼다.

특히 최근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소규모 가게들이 늘면서 대형 중고물품에 대한 인기가 떨어진 것도 하나의 이유다. 또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 간 직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다 보니 중고물품 판매 업체를 통한 거래도 급감했다.

B씨는 "폐업한 가게의 업주들이 괜찮은 가전제품의 경우 온라인상에서 직거래를 하는 경우가 빈번해 오히려 기존 거래 업체들이 소비자가 선호하는 연식인 3~5년 사이의 중고 물품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하고 들여오지만 사는 사람이 없어 오히려 판매가는 내려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고물품 판매업체를 통해 구입했을 경우 전문적인 세척을 통한 깨끗한 위생 상태는 물론 A/S(애프터서비스)가 보장되며 배달부터 설치 서비스까지 받아볼 수 있는데, 온라인 플랫폼에 조금 더 저렴한 가격의 제품들이 올라오면서 소비자들이 망설임 없이 직거래를 선택하는 듯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국세청에 따르면 광주에서 영업하는 주점(간이주점·호프전문점) 10곳 중 2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운영 중인 간이주점은 154곳으로 코로나가 없던 2019년(191곳)과 비교해 19.37%p 감소했다. 호프전문점 역시 2천361곳에서 1천886곳으로 20.11%p 급감했다.

사적모임 인원 제한 등 영업 제한 조치로 기타음식점 또한 18.60%p 줄었고 다중이용시설인 목욕탕과 노래방도 각 7.22%p, 9.46%p 감소세를 보였다.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이건 어때요?
슬퍼요
2
후속기사
원해요
3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

사회일반 주요뉴스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