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반지하 방에 갇혀 구조를 기다리던 서울 관악구 발달장애 가족 3명이 숨진 가운데 체계적이지 못한 소방당국의 출동시스템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신고전화가 몰릴 때 위급성보다는 접수된 순서대로 기계적인 출동을 하거나 신고자를 통한 현장 파악과 응대 전문성을 갖추지 못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1일 광주시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119종합상황실은 지난 6일 오전 10시8분께 광주 북구 운암동 모 자동차 정비소 앞에서 A(55·여)씨가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하지만 상황실은 신고 접수 당시 일선 소방서나 119안전센터에 출동 지령을 내리지 않았다. 신고자로부터 얻은 정보가 부족해 자세한 현장 상황 파악이 어려웠다는 이유였다.
소방당국은 다른 목격자로부터 신고를 받은 경찰이 요구조자의 상태가 위급하다며 공동대응을 요청하자 그제야 현장에 구급차를 보냈다.
최초 신고로부터 17분이 지나서 구급차가 도착했지만 A씨는 이미 호흡이 멎은 상태였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광주소방 관계자는 "유선 상으로 신고자의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추가적인 환자 상태 파악이 어려웠다"며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이른 아침이지만 술에 취한 사람으로 판단해 경찰에 재신고를 안내했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소방당국이 발표한 해명은 더욱 가관이었다.
광주소방본부 해명자료에는 시간대별 상황 조치 과정에 대한 어떤 내용도 담겨있지 않았다. 오로지 최초 신고자가 A씨의 상태를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는 식의 책임 떠넘기기 내용뿐이었다.
실수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롭게 행동한 신고자를 매도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소방본부 측도 신고자에게 떠넘기는 해명이 부적절했다고 판단해 '신고자 협조가 안 되는 상황'이라는 부분을 뺀 수정 자료를 다시 배포했다.
해명자료 또한 광주소방본부가 아닌 광주시청 명의로 시 대변인을 거쳐 배포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소방직이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전환된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지자체에 종속된 행정시스템을 따르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소방당국의 기계적인 현장 대응방식에 소중한 생명을 지키지 못하면서 119 신고출동 시스템에 대한 개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광주지역 한 소방안전 전문가는 "최초 신고 때 정보가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며 "전화를 받은 상황실 대원이 어떤 상황인지, 무슨 관계인지 등 신고자로부터 정보를 끌어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현장의 위급성 판단은 신고자의 몫이 아니다. 오로지 신고자의 판단에 따라서 출동해서는 안 된다며 "그동안 수많은 신고를 받으며 얻은 데이터를 통해 판단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소방 관계자는 "환자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골든타임은 신고자가 설명을 잘해줄 때만 지켜지는 게 아니다"며 "신고 접수부터 출동까지 모든 과정에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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