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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폐기로에 놓인 '백년 역사' 담양역 기초석

입력 2022.09.30. 11:50
일제강점기 수탈로 1944년 폐역
아파트 건축부지 포함돼 해체
"역사적 가치 보존하고 알려야"
담양군 담양읍 백동리 일원 담양역 기초석 모습.

백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켰던 담양역 기초석들이 아파트 건축 공사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담양역은 당시 동구 대인동에 있던 광주역과 송정리역을 연결하던 철로의 종착역이었으나 일제의 수탈로 폐역된 곳이다. 담양역의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기초석을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30일 담양군에 따르면 담양군 담양읍 백동리 248-13번지 일원 1만4천568㎡(4천400평) 일원에는 지역주택조합이 출범돼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오는 11월 착공해 총 224세대의 아파트가 건립될 계획이다. 현재는 경계측량, 지반조사 등 사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건축 예정부지에는 옛 담양역 터가 포함돼 있다. 현재는 철로와 역사 건물이 철거돼 그 모습을 알아보기 어렵지만 76개의 바닥 기초석이 여전히 남아있다.

이 바닥 기초석들은 본격적인 아파트 건축 공사가 시작되면 해체돼 임시로 옮겨질 예정이다. 아직까지 정확한 행선지가 결정되지 않아 추후 폐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부 기초석들은 사전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미 땅에서 뽑혀 나뒹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담양군 담양읍 백동리 일원에 지역주택조합이 출범돼 아파트 건립이 추진되는 가운데 담양역 기초석 중 일부가 땅에서 뽑혀 나뒹굴고 있다.

담양군은 기초석 처리방안을 현재 논의 중이다. 조합 측에는 논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초석을 폐기하지 말라고 권고한 상태다.

담양군 관계자는 "우선 '담양역이 있던 자리'라는 것을 알릴 수 있는 안내판을 설치하기로 협의돼 있다"며 "기초석은 있던 자리에 그대로 두기에는 크기가 너무 크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한쪽에 보관해뒀다가 추후 처분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역주택조합 관계자는 "담양역 자리가 포함된 것은 인지하고 있으며, 군청의 승인허가 범위 안에서 공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학자들은 담양역 기초석을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 알릴 수 있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경수 향토지리연구소장은 "담양의 옛 모습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기초석들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2025년 개관이 예정돼 있는 담양역사박물관에 기초석을 옮기거나 아파트 한쪽에 자리를 만들어 전시하는 등 활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담양역은 지난 1922년 문을 열고 1944년까지 운영된 기차역이다. 운영 당시 담양-망월-송정리-광주에 이르는 20.9㎞ 철로의 종착역이었다. 1939년부터는 이 철로를 전북 남원까지 연장하려는 공사가 시작됐다.

이 공사는 일제가 전쟁 물자를 생산한다며 금속을 수탈해가는 과정에서 중단됐다. 일본은 담양과 남원을 연결하려던 철로 자재를 회수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담양과 광주를 이어주던 선로마저 철거해 담양역을 폐역시켰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담양=정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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