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쪼끄만디 10만원 돈이 나와불면 어째…. 나가는 돈만 자꾸 늘면 노인네들은 못 살제."
최강 한파가 자주 찾아온 올 겨울, 난방비가 하늘 모르고 치솟으며 서민들의 근심을 키우고 있다.
서민들은 2배에서 많게는 4배까지 늘어난 난방비에 한숨을 내쉬는 것도 잠시 '더 오를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최저기온이 영하 7도까지 내려간 26일 오전 10시께 광주 동구 지산동 한 경로당.
이곳에서 만난 주민 양모(81·여)씨는 이불을 덮고 앉아 1시간 가까이 '난방비 걱정'을 늘어놨다. 별다른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채 빌라에서 남편과 둘이 살고 있다는 양 할머니는 지난주 우편함에 도착한 '관리비 청구서'를 보고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가격을 여러번 확인했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 5만원대에 그쳤던 난방비가 10만원을 넘긴 것이다. 남은 겨울이 긴데 앞으로 어떻게 난방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양 할머니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시민들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북구 양산동에 거주하는 박모씨는 평소 20만원대였던 관리비가 30만원에 육박한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달에는 역대급 한파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평소보다 난방 시간이 늘어났는데 벌써 1월 관리비가 얼마나 나올지 걱정이다.
서구 풍암동에서 40평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씨는 30만원대 관리비가 50만원대로 오르면서 설 연휴 기간, 낮에는 보일러를 끄는 등 때아닌 절약 모드에 돌입했다. 김씨는 "평소대로 사용했는데도 관리비가 두 배로 뛰는 것을 보니 절약을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연휴기간 손님들이 다녀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보일러도 외출모드로 돌려놓고 옷을 껴입고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광주 북구 문흥동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곽모(45·여)씨는 "어떻게 한달만에 가스비가 3배 오를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올 연말에는 도대체 난방비가 얼마까지 올라있을지 모르겠다. 보일러를 바꿔볼까, 보일러 타이머를 맞춰볼까 고민하다보면 씁쓸한 기분이 든다"고 토로했다.
한국도시가스협회에 따르면 이달 광주지역 도시가스 주택난방 소비자요금은 1MJ(메가줄) 당 20.72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에는 1MJ 당 15.25원이었으나 1년 새 35.8% 인상됐다. 전남지역도 1MJ 당 도시가스 주택난방 소비자요금이 14~16원 수준에서 20~22원으로 40%가량 올랐다.
도시가스 소비자 요금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정하는 도매 요금에 지역별 소매 요금을 더해 책정되는데, 광주·전남 지역의 소매 요금은 동결됐음에도 도매 요금이 1년 새 42% 올라(12.9원→18.4원) 전체 요금이 급증했다.
산자부는 세계적으로 가스 가격이 많이 올라 도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에는 가스공사 경영 정상화를 위해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가스요금을 조정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역대급 한파에 가스비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난방비 폭등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치솟는 난방비로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정부도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 확대를 발표하는 등 성난 민심 달래기에 돌입했다.
이날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증가한 난방비에 대비해 에너지 바우처 지원과 가스요금 할인을 대폭 확대하겠다"며 "난방 수요가 많은 올해 1분기 가스요금은 동결하고 앞으로도 국민 부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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