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생각했다면 굳이 맞지 않아도 되지만, 가족들을 생각하니까 접종을 받아야 할 동기가 생기더라구요. 가족, 요양원 직원들 모두가 건강해질 거라는 믿음에 주저함이 없어졌어요."
26일 여수 흥국체육관 지역예방접종센터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김승옥(63·여천요양원)씨의 설명이다.
전남 1호 백신 접종이 이뤄진 이날 센터에는 입구부터 백신 접종을 위해 여수 요양시설 및 요양병원 종사자와 입소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국내 첫 백신 접종을 하게 된다는 기대감에 종사자들은 동료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차례를 기다렸다. 긴장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여수시내 요양원 종사자 정모(54)씨는 "긴장될 게 뭐 있나요. 오히려 요양원과 집만 반복하던 시간이 끝나는 게 기분 좋은데요"라고 답했다.
체육관 내부로 들어서면 발열체크를 끝내고 예약 순서를 확인한 후 문진표를 작성한다. 문진표를 들고 대기중인 의사에게 예진 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게 된다. 대상자들은 다소 긴장한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 팔을 걷어 올리지만, 짧은 시간에 별다른 통증 없이 접종이 끝나면 안도감에 편안한 표정이 된다.
이 날 여수 백신 접종 1호는 김대용 한국요양병원장.
김 원장은 "통증이 있을 줄 알았는데, 맞는 줄도 모를 만큼 별 느낌이 없었다"며 "첫 접종이라는 의미때문에 설레는 마음도 들었지만, 무엇보다 1년 내내 가족 얼굴 한 번 보기 힘들었던 요양병원 구성원들이 이제는 건강하게 가족들을 만나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될거라는 생각에 더욱 기분이 좋았다"고 전했다.
접종이 끝나면 접종자들은 사후 관리와 2차 접종을 위해 전산등록을 진행한다. 이후 2차 접종 시기를 안내받고 이상반응을 대비해 15분 간 체육관 내에서 대기한다. 어지러움을 호소하던 접종자도 있었지만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정상적으로 복귀했다.
대기중이던 김승옥(63)씨는 "백신 접종을 맞겠다고 하니 가족들이 '나중에 맞는 것이 낫지 않겠냐'며 만류했다"며 "그렇지만 오히려 우리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서 꼭 백신을 맞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백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가족들의 안전에 해를 끼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날 여수 흥국체육관 지역예방접종센터에는 김경록 도지사, 권오봉 여수시장, 강정희 도의원 등이 현장을 방문해 의료진과 접종을 받으러 온 요양병원 종사자들을 격려했다. 센터는 다음달 10일까지 운영되며, 인근 요양시설 21개소에서 근무하는 439명과 요양병원 종사자 5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다.
임장현기자 locco@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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