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정기국회 내에 반드시 처리해야 할 '민생 법안'으로 선정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29일 '연장자(年長者)'란 벽에 막혀 농해수위 안건조정위원회 통과가 무산됐다.
여야 이견으로 안건조정위원회가 무산됨에 따라 농해수위 전체회의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쌀 가격이 5% 넘게 떨어지면 정부가 초과 생산된 쌀을 의무 매입(시장격리)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이다.
현행법도 쌀 초과 생산시 정부의 시장격리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의무가 아닌 '매입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이라, 쌀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이 법안 통과가 절실하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 15일 열린 농해수위 농림법안소위에서 단독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처리한 뒤, 농해수위 전체회의로 회부했다.
문제는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일어났다. 국민의힘이 정부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이 법안에 반대하면서 '안건조정위원회'를 요구한 것이다.
안건조정위원회는 국회법에 따라 여야 동수로 구성되기 때문에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 등 6명으로 짜여졌다.
문제는 안건조정위원회 위원장을 선출하는 회의는 안건조정위원 중 가장 연장자가 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아야 한다는 점이다.
6명의 안건조정위원 중 가장 연장자인 홍문표 위원장 직무대리(국민의힘)가 이날 위원장 선출에 여야 이견이 있다며 위원장을 선출하지 않고 회의를 끝냈다.
안건조정위원회 위원장은 제1당 의원이 맡기 때문에 민주당이 위원장을 가져간다. 하지만 위원장을 뽑는 회의가 열려야 위원장을 선출하는데, 연장자인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 선출 회의 자체를 막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안건조정위원들은 이날 회의가 무산되자 다음달 3일 안건조정위원회 개회요구서를 제출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이같은 방식으로 안건조정위원회를 계속 무산시킬 것으로 보고 '제2의 전략' 마련에 들어갔다. 안건조정위원회는 이견이 있는 법안을 논의하라고 구성된 회의체인데, 회의 자체를 무산시키는 국민의힘에 농해수위 위원장이 위원 교체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연장자인 홍문표 의원이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홍 의원이 교체되더라도 국민의힘 의원이 두번째 연장자이기 때문에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민주당 의원이 연장자로 위원장 선출 회의를 진행하는 안건조정위원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안건조정위원인 신정훈 민주당 의원(나주화순)은 이날 산회 후 "원래 첫 회의는 위원장을 선임하는 게 가장 중요한 절차다. 법사위, 본회의와 예산 심의 등이 진행되어야 하므로 조속히 정상적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며 "임시위원장은 위원장을 선출하는 게 임무다. 빠른 시일 내 소집 요구를 통해 다음 회의에서는 반드시 위원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건조정위를 통해 이견이 해소되어 여야가 함께 쌀값을 해결할 수 있도록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완성되길 바란다"며 "위원장을 선출하는 절차를 밟아, 내실있게 개정 방향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서울=김현수기자 cr-200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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