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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평] '스마트 동네생활권' 시대가 오고 있다

@박양호 전 국토연구원장 입력 2021.07.21. 11:19

산업화과정에서 일자리를 찾아 농촌에서 원거리의 도시로 인구가 대량으로 이동했다.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도시에 사는 인구가 지금은 전국의 90%를 넘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특히 대도시의 인구가 주택, 직장, 교통발달 등의 사유로 대도시인근 지역으로 넓게 퍼져나가는 광역화가 진행되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우리의 일상생활이 근거리 동네 안에서 더욱 많이 이뤄지는 '동네화'가 진행되고 있다. 원거리 도시화→넓은 광역화→근거리 동네화로 변화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기본적인 생활수요가 대부분 충족될 수 있는 일상생활권인 '동네생활권'이 중요해 지고 있다. 동네의 아기자기한 거리를 걷고, 아주 가까이 있지만 전에는 좀처럼 가지 않았던 동네공원도 자주 이용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원거리 지역으로의 이동이 제한됨에 따라 우리 가까이 있었으나 그동안 잘 몰랐던 우리 동네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3~4월의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한 신용카드사가 회원을 대상으로 카드소비 실적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전체 오프라인 결제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고, 집과의 거리가 1~3km내에서는 9% 감소했으며, 3km이상 원거리에서는 12%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집주변 1km이내에서는 동네소비가 일제히 급증하고 있었다. 전년 동기보다 카드가맹점 결제 건수가 동네편의점에서는 14.6% 증가했고, 동네정육점, 동네청과·수산물점과 동네피자점에서도 각각 35%, 44%, 61%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슬세권'(슬리퍼를 신고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동네권역)과 '공세권'(집근처 공원에서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는 주거권역)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일상의 생활반경이 집근처로 좁아지는 '홈어라운드' 생활형 동네화 트렌드는 사회물결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프랑스 소르본느 대학의 모레노 교수는 잘 알려진 '15분 도시'모델을 창안했다. 이 모델은 주민이 필요로 하는 생활수요를 도보 또는 자전거로 15분 거리의 동네에서 거의 모두 해결한다는 개념이다. 이 모델을 반영해 파리시의 안 이달고 시장은 복잡한 세계도시 파리시의 샹젤리제 거리를 따라 생태정원을 조성하고 도시 곳곳을 녹색의 오아시스동네, 걷고 싶은 동네, 자전거 공유동네 등으로 변화시키고 있어 세계적 주목 대상이 되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 한 연구기관에서 지역개발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언택트 활동에 대비한 지역정책으로서 '자족형 근린생활권' 육성정책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70%를 차지했다.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은 8%에 불과했다. 이는 향후의 우리나라 도시정책에서 동네생활권발전이 중요할 것임을 알려준다. 마침 광주전남연구원에서는 올해 중점연구과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광주·전남지역의 자족형 근린생활권 발전방안"에 관한 연구를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연구결과와 지자체에서의 시범정책개발이 기대된다.

포스트 코로나시대, 단출한 생활을 좋아하는 1~2인 가구증가, 부모와 자녀의 같은 동네거주 추세 등에 따라 동네생활권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우리의 동네를 생활서비스가 대부분 해결되는 '자족형'으로 변모시켜 나가야 한다. 동네생활권에 7대 생활기본수요인 의료·직장·주택·교육·교통·문화·안전 등 관련 시설을 주민의 희망을 수렴해 확충해야한다 그리고 IT와 문화기술(CT) 등이 융합되는 '스마트형'으로 재창조해야 한다. 동네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스마트 헬스케어, 집 근처에서 언택트 근무할 수 있는 스마트 워크스테이션, 동네일자리를 얻게 해주는 스마트 취업센터가 들어서야 한다. 동네에서 다양한 형태로 공급되는 스마트주택에서 살고, 집근처의 스마트교통, 동네명품도서관, 동네에서 즐기는 문화·생활스포츠와 주민의 안전한 삶을 지켜주는 스마트방범 등의 생활서비스가 충족되고, 촘촘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동네주민 모두의 삶의 질을 챙겨야 한다. 우리의 동네가 모두를 위한 자족형 '스마트 동네생활권'으로 변혁되는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박양호 전 국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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